프랑스에 유학하여 프랑스 남자를 만나 프랑스에서 활동해온 방 작가는 그림 인생에서 ''빛의 그림''을 그리게 된 계기와 전환점들이 있다. 그가 대학시절그린 <서울 풍경>(1958년)은 어두운 골목 건물들의 풍경을 담고 있는데, 그 끝자락의 조그만 건물의 창에 환한 등불이 드리워져 있다.작가는 " 이 빛 한 점을 머리 위에 구상하면서 일부러 전시한 이유는 빛 한 점에 대한 깨어남, 깨우침, 이런게 있었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50년간 작업의 촛점이자 출발점이 되었던 거죠 "라고 말했다. 파리에서 초기작업은 "파리생활에 익숙해진 탓인지 조화롭고, 부드럽고,연한 빛으로 변했다"고 한다. 이후 1968년 한국학 교수인 프랑스 남자 알렉상드르 기유모즈를 만나 결혼을 하고, 부부가 한국에 들어와 7년여를 머물면서 또다른 계기를 맞는다. "그 때 그림은 우리의 정서에 어우러지는 자연의 영향을 받은게 많고, 파리시대의 그림보다 강렬한 색채가 나왔죠. 거기에서 한지 닥지를 발견했죠.그래서 닥지로 빛을 그리는 테크닉이 새로 나와요." 그의 작업에서는 닥지 또는 부직포가 주로 쓰인다.
방 작가는 꿈에서 빛에 대한 강한 영감을 받는다. 그는 꿈을 꾸어도 빛에 대한 꿈을 많이 꾸게 되었다. 그의 꿈 얘기를 들어보자. "어느 날 큰 화폭의 바다를 그리고 있었는데, 바다의 금빛 나는 찬란한 빛을 그리고 있었는데, 또 하나의 손이 빛을 그리고 있어서 제가 그 빛을 따라가니까 화면이 출렁 출렁, 바다가 물결을 치면서 움직이고 빛의 존재가 더욱 느껴졌다.이런 꿈을 꾸면서, 그런 경험을 하면서 빛의 존재라는 걸, 그런 점을 더욱 느끼게 되었죠." 그의 빛의 대한 생각은 더욱 깊어진다."모든 생명체는 빛으로 인해 탄생되고 그랬잖아요. 빛은 생명의 원천이기 때문에 빛을 탐구하는 것은 우리 삶의 원천을 찾아가는 길, 그것과 동시에 이뤄지는 게 아닌가 생각을 해요." 성경에도 하나님이 말씀하시기를 "빛이 생겨라"하시니, 빛이 생겼다. 방 작가의 그림을 통한 ''빛의 세계에 대한 탐구''는 생명과 우주,인생의 근원과 진리를 찾아가는 ''구도의 여정''인 것이다.
방작가가 도달한 ''빛의 세계''는 언어를 초월한 세계이다. 그는 말한다."언어를 초월한 세계는 모두 하나잖아요.만약에 울타리가 있는데 , 그 울타리를 넘어서서 보면 진리를 찾고자 하는 것,또 영혼의 소리, 그 빛을 찾으려는 그러한 것들, 내면의 깨우침, 이런 것들이 다 결국은 형태가 다를 뿐이지 최고의 새로운 세계에 대한 갈구가 아닐까 생각해요." 그래서 그의 그림 작업은 구도자의 길과도 같다. "저는 그림을 그릴 때 빛 한점, 한 점을 그리는 것은 사랑과 평화와 기쁨을 심는 씨앗이라고 생각하면서 그려나가요. 그 모든 천연색채에서 오는 물성이 영성으로 환원되면서 다 하나되는,그런 연구를 하게 되요."
노작가는 자신의 도달한 세계를 빛처럼 온누리의 사람들과 나누고자 했다."이러한 작업이 모든 사람에게, 자연의 숨결, 빛의 파장, 영혼의 소리를 들려드릴 수 있으면 더없이 기쁘겠다"고.
침묵의 빛 피어나는 아침
핏줄기로 흐르는
정결한 소리가 가득하고
작은 세포 하나 하나
웃음으로 솟아오른다
극미세계의 작은 입자 속으로
붓끝을 대면
작은 것은 아름답다고
자연의 숨결은 일러준다
정밀한 실상의 세계
빛의 떨림이 진동하는 자리
안으로 걸어가
작은 입자들의 속속까지
뚫고 들어가면 빛이 열린다
침묵의 빛으로 가는 길은
어린아이처럼
마음의 눈 밝아지는 길
허물을 벗어던지고
새로 태어나는 길
-방혜자 노래하다.
방 작가는 50여 년간 추상작업을 줄곧 해왔다. 그 계기는 번개를 맞은 듯 찾아왔다. "경주의 석굴암에서 새벽에 해뜨는 것을 보았을 때 그 느낌을 자신도 모르게, 구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추상으로 작업을 했죠. 그 때부터 계속 추상을 하게 되었죠." 추상화에 대해 일반인들은 물론, 심지어 화가들조차도 어렵다고들 하지만 방 작가의 생각은 단순하다. "추상이란 단어를 다시 생각하게 되요. 우리 마음 속에 우러나오는 형상을 그대로 하는 게 아니라, 원초적인 것, 핵심되는 점을 표현하고, 요약하고, 정돈하여 드러내는 것이 아닌가 생각되요." 그의 말처럼 그의 추상작품은 구체적인 형상이 없는 색채이미지의 배열이지만, 관객들도 그의 작품 앞에 서면 내면의 평정에서 우러나오는 광명의 빛이 서서히 번져나옴을 느끼게 될 것이다. 경주 남산 마애불이 동틀 무렵 햇빛을 받아가며 서서히 적요에서 깨어나 돌의 미소를 짓듯이.
전시기간: 10. 4.-10. 23.
전시장소:갤러리현대 본관, 두가헌 갤러리 (종로구 사간동 122번지, 108번지/ T. 2287-3591, 2287-3552)
전시작품:50여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