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옥상 작가의 전시작품들은 색다른 면모의 꽃 작품을 비롯해 흙, 철,살, 물,불 등 자연을 소재로 하고 있다. 이 자연을 소재로 하여 자신의 작품세계를 구현하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생명''을 열쇠말로 하고 있다.
흙벽으로 만든 방 안은 ''나만의 공간''이다. 관람자가 이 공간 안에 들어서면 임옥상 작가의 깊은 성찰이 담긴 글귀들이 사방 벽면에 빼곡히 적혀 있다. "아는 것으로부터 벗어나 차라리 미지의 것,불확실한 것,확인되지 않은 것을 꿈꾸는 것이 낫다. 최소한 교만하지 않기 위해"
물은 현실세계에 대한 강력한 비판의 은유로도 쓰인다. 충무공 이순신 동상의 목까지 물에 잠겨버린 광화문 광장의 풍경을 담은 <광화문 연가>(맨 위 작품)는 광장으로서의 기능을 잃어버린 씁쓸한 현실을 풍자한다. 임작가는 "광화문은 구한말의 역사,6.29 시위, 월드컵 응원전, 촛불 집회 등 우리 삶의 공간으로서 누구나 관심을 안 가질수가 없다. 그러나 지금은 관제데모와 교통통제 등으로 역동성이 상실되어 버렸다."며 "즉흥적 대처가 아닌 거리, 광장, 대한민국의 의미를 새삼 되새겨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했다.
항상 시대적 화두를 놓치지 않고 미술작업을 통해 치열하게 현실에 개입해온 임옥상 작가는 공공미술에 천착하며,자연,사회,인간 모두를 살리는 ''생명 · 생태''의 조형언어를 구현한다. 공공미술은 임 작가의 작업세계를 더욱 탄탄하고 자유로운 세계로 이끌었지만, 공공미술에 대한 자치단체장의 업적주의는 그 분야에 열정을 바친 그에게 실망과 회의를 안겨주기도 했다. 그래도 임작가는 여유가 생기면 공공미술에 공을 들이겠다고 했다.이러한 소회와 그의 작품세계를 직접 들어본다.
"대학을 졸업하고 땅을 그리는 것으로 작품을 시작했다. 박정희 시대가 등장한 이후 그 칼날이 너무 무섭고 힘들었다. 그것은 분단에서 기인한 것이었고, 부동산과 부의 집중을 가져왔다. 땅은 이 시대의 사회학적, 정치적, 역사적 모순을 담고 있다. 왜 땅의 모순과 갈등이 심한가. 흙 속에 답이 있다. 생각 속에서 나온 게 아니라 흙을 다루면서 나왔다.일반 흙은 보송보송하다.흙은 생명과 관련되어 있다.
-공공미술이 작품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그림에 대한 생각을 배웠죠. 공공장소에서는 너무 자신을 내세울 수가 없다. 공공미술은 먼저 들을 수 있게끔 열어놓는게 중요하다. 내 얘기는 괄호에 묶고 절제해야 된다. 공공미술은 나만을 내세우는 게 아니라 그것을 넘어서서 서로를 존중하는 관계가되어야 세상이 제대로 된다는 생각을 작품에 담으려고 했다."
-공공미술 작업에 보람을 느끼는가?
"지금은 공공미술에 대한 매력을 조금 잃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공공미술이 굉장히 확산되고 있다.처음에는 작가를 존중하더니, 나중에는 공무원들이 작가를 홀대한다. 하라면 하라는 대로 하는 거지.자치단체장이 자기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도구화하는 거다. 작가가 이용당할 필요가 뭐 있나. 디자인서울사업이 대표적이다. 디자인은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디자인서울사업은 더러운 것 감추고, 보기싫은 것을 예쁘게 치장하는 것에 불과하다.뉴타운 사업도 마찬가지다.우리 모두 공공으로 나와야 하는데, 사유화하고 있다."
-공공미술에 회의를 느꼈다고 하는데, 이제 그만할 생각인가?
"(웃음)물론 기회가 주어지면 공공미술을 하고 싶다. 혼자서 하는 것보다 여럿이 하는 즐거움이 크다. 기쁨이 솟을 때 그게 얼마나 좋아요. 모든 장소에서 함께하는 즐거움, 서로 박수 쳐주는 즐거움,이래서 의기투합하는 거죠."
전시기간:8.26-9.18
전시장소:가나아트센터 1,2,3전시실(전화 02-720-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