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녹색 성장의 아버지? 공짜 밥 먹고 덕담 한마디
최근(6.20~21) 우리 정부와 OECD가 공동으로 <글로벌 녹색성장 서밋 2011 - Global Green Growth Summit 2011>이라는 큰 행사를 서울에서 개최했다. 주제는 "지구 책임적 문명 건설"이다. 인간이 기술을 개발하고 지구 자원을 꺼내 쓰면서 문명을 발전 시켜왔지만 그 문명이 지구를 심각하게 파괴하고 있으니 이제는 방향전환을 위해 전 지구적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자리에서 OECD 앙헬 구리아 사무총장은 "한국은 녹색성장의 선두국가가 됐고, 이명박 대통령을 ''녹색성장의 아버지''라고 불러야 한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미안하지만 앙헬 구리아 사무총장의 발언에 쉽게 동의할 수는 없다. 이번 <글로벌 녹색성장 서밋 2011>은 OECD창립 50주년 기념행사를 겸하고 있다. 구리아 사무총장의 ''녹색성장의 아버지 칭찬''은 남의 돈으로 자기네 잔치 벌이는 입장에서 공치사 냄새가 짙다고 하겠다.
물론 우리 정부가 녹색 성장을 장기적인 국가전략으로 내세우며 일찍 시동을 걸어 미래지향적으로 나선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하지만 성적표로는 녹색성장의 선도국가라 하기엔 아직 너무 부실하다.
세계 각국의 환경성적표가 격년으로 발표된다. 스위스 다보스 포럼 - 세계경제포럼에서 미국 예일대학 및 컬럼비아 대학 환경연구소와 공동으로 세계환경성과지수를 발표하는데 최근에는 짝수 해 1월에 주로 공개된다. 환경 관련 각 분야의 목표치 대비 국가별 달성도를 평가해 국가 순위를 발표하는 것. 전반적으로 환경기반시설이 비교적 잘 갖추어져 있고 자연자원과 에너지 소비를 적게 하는 나라가 높은 점수를 받는다.
◈ 이명박 대통령 녹색 성장 1학기 성적표
2008년 1월에 발표된 성적표는 이명박 정부 때이지만 노무현 참여 정부의 성적표다. 환경성과지수 100점 만점에 79.4점 149개 국 중 51위(1위는 스위스 95.5점)를 차지했다. 우리나라는 환경보건 분야는 37위, 생태계 지속성 분야는 109위다. 인체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질병과 상·하수 설비 등 환경기반시설 관리는 비교적 좋지만, 자연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생태계 보존과 대기관리, 에너지 정책이 미흡하다는 의미이다.
성적표를 받아들고 정부는 국가 환경지수 개선을 위해 범정부 차원의 대책을 시행해 오고 있으며 앞으로 취약한 분야를 중심으로 대책을 보강하겠다고 밝혔다. 취약분야는 저탄소형 산업구조로 바꾸고, 대체에너지를 개발하고, 대기오염 관리를 강화한다는 대책들이 제시됐다.
2년이 지난 2010년 성적표는 이명박 정부의 성적표를 보자. 우리나라 환경성과지수는 57.0점. 163개국 중 94위를 차지했다(2008년 51위보다 43계단 추락). 아이슬란드 93.5점으로 1위를 차지했고, 지난 조사 1위이던 스위스는 3위로 하락했다.
정부는 평가항목과 지표들이 오래된 것들이라 정확한 평가 아니라 한다. 수능시험 망치고서 출제방향이 어떻고 난이도가 어떻고 하는 격이다. 이 때 가장 주목할 만한 대목이 기후변화 항목이다. 이 부문에 가중치가 대폭 커졌는데 우리나라는 여기서 순위가 66단계나 추락했다. 가장 큰 문제가 온실가스 배출인데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의 절반 이상이 산업계가 배출한다. 그런데 2009년 11월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이행방안을 확정한 것으로는 산업부문에서의 온실가스 저감대책이 거의 없는 상태이다. 물론 비즈니스 프랜들리 때문이다.
아예 석탄연료를 넉넉히 써도 좋으니 기업경쟁력을 높이라고 연료규제완화방침도 발표했다. 대기오염 분야만 따로 떼어놓고 보면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 103위에서 118위로 추락, 발전부문 온실가스 집약도 68위에서 78위로 추락, 산업부문 온실가스 98위에서 146위로 추락... 이래가지고선 ''녹색성장의 아버지'', 1등으로 달리는 ''녹색성장 선도국가'' 라는 소리를 듣기에는 너무 창피하지 않은가. 인체 유해 물질만 따지면 163 개국 중 이산화황 145위, 질소산화물 158위로 국민이 맘 놓고 숨 쉬며 살기 나쁜 나라로 선두가 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 환경부 사전 검토는 물, 사후평가는 솜방망이
이명박 대통령이 꾸준히 관심을 갖고 녹색성장을 강조해 왔으니 내년 1월 성적은 크게 좋아졌을 거라 기대한다. 그러려면 환경부가 이렇게 답답하게 있으면 안 된다. 환경이 파괴되는 현장을 철저히 조사하고 꼼꼼히 분석해 먼저 성적표를 내놓고 대통령과 다른 부처 장관들에게 따지고 덤벼들어야 한다. 환경 관련 자료와 조사 분석 통계를 더 정확히 방대하게 축적하고 제시해 환경이 나아질 수 있는 기반을 닦아야 한다. 그러나 환경부 성적표도 영 봐주기가 어렵다.
정부가 개발사업 전에 환경측면을 고려해 적정성을 검증하는 사전환경성 검토에서 ''이 사업은 환경을 해쳐 곤란하다''고 사업에 제동을 건 ''부동의'' 결정 비율은 2009년 0.8%, 2010년 0.9% 였다. 100건 중 1건도 안 되는 수준이다.
△2001년 6.4%, △2002년 5.4%, △2003년 6.4%, △2004년 4.0%, △2005년 2.9%, △2006년 2.4%, △2007년 2.7%였다.
이것은 사업 결정전에 실시하는 사전환경성 검토이고 사업 결정 후에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조사하는 환경성 평가를 보자. 환경영향평가서를 검토해 환경부에 자문하는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이래선 곤란하다며 지적보완의견을 낸 비율을 보면
△2001~2004 92%~144% △2005~2007 42%~56% △2008년 36%, △2009년 23%, △2010년 38%.
사전 평가에서는 쉽게 넘어가고 사후 평가에서는 못 본 척 하고... 그러면 환경파괴는 언제 예방하고 언제 복구하냐 이 말이다. 4대강 환경영향평가는 감독을 하는 건지 토목건설 뒷설거지를 하려는 건지 애매하기 그지없고, 골프장 짓는다면 대충 오케이 해주니까 해안방재림이 다 사라져 태풍과 해일에 해안이 떠밀리고 있고, 4대강 사업 한다며 한강 두물머리 유기농 농민들을 다 쫓아내면서 거기서 세계유기농대회를 열질 않나, 유네스코가 인정한 절대적 환경보전 지역인 제주 강정마을 바다에 해군기지를 짓겠다고 하질 않나... 거기에다 수도권 규제완화, 그린벨트 해제, 국립공원 구역조정, 케이블카 설치, 롯데월드 건축허가... 환경과 관련한 안전장치들이 허물어지고 있다.
이것은 정부가 환경보전보다 개발을 우선시하는데다 기업친화 비즈니스 프렌들리에 기울어져 있으니까 밑에서 눈치 보며 제 목소리를 못 내는 탓이다. 녹색 성장을 외치고는 있지만 환경에 대한 인식과 전문성이 얼마나 부족한 지 보여주는 예이다. 녹색을 생태가 아닌 사업과 성장의 측면에서 보는 것이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즈의 힐난에 얼굴이 붉어지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한국의 녹색성장 중심에는 콘크리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