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차례의 공판이 진행되는 동안 "돈을 건넸다는 얘기를 들었다"거나 "위증하겠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는 따위의 ''전언(傳言)의 전언''식의 정황 증거들과는 달리 이들 장부가 이번 사건의 ''실체적 진실''에 가까이 다가서 있기 때문이다.
◈ 뒤늦게 채권회수목록에 반영된 3억원의 진실
''채권회수목록''은 한신건영이 부도난 뒤 돌려받을 돈을 정리할 목적으로 2008년 7월에 이 회사 정모 경리부장이 만든 엑셀파일(세부내역/백데이터)을 토대로 작성됐다.
검찰은 채권회수목록과 엑셀파일, 총괄장부, B장부, 그리고 각종 통장 금융거래 기록 등을 토대로 9억여원의 돈이 한 전 총리쪽으로 흘러들어갔다고 보고 있다.
변호인측은 그러나 B장부의 2007년 4월30일자에 기록돼 있는 미화를 포함한 현금 3억원이 처음부터 채권회수목록에 기재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변호인측은 항목 자체가 채권회수목록에 반영되지 않은 것은 정 부장이 이 돈이 적어도 한 전 총리와 관계가 없다는 것을 당시에 알았기 때문에 일부러 뺀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정 부장은 법정에서 "단순한 누락"이라고 해명했지만 변호인측은 "4월30일을 전후로 B장부에 기록돼 있는 큰 돈들은 회수목록에 반영됐다"며 "단순한 누락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간 돈이기 때문에 반영하지 않은 것"이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불과 12일 전인 4월18일자 B장부에는 교회 공사 수주건으로 박모 부사장에게 1억원의 현금이 전달됐다고 적혀 있고 이는 엑셀파일을 통해 채권회수목록에 반영됐다.
또 8일 후인 5월 8일에 김모 장로에게 전달됐다는 1억원 역시 총괄장부에 기입됐다가 엑셀파일을 거쳐 채권회수목록에 기록됐다.
앞뒤로 큰 돈들의 흐름이 다 반영됐는데 (도착지를 알 수 없는) 4월30일자 3억원이 누락됐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게 변호인측 주장의 요지다.
같은 맥락으로 한 전 총리의 비서실장이었던 김모씨에게 500만원이 지급된 8월31일자 B장부 기록도 채권회수목록에 반영됐지만 검찰이 한 전 총리에게 전달된 흔적이라고 보는 8월27일자 1억원 상당의 미화는 목록에 빠져있다.
변호인측은 결국 B장부에 기록된 총 4억원의 돈은 한만호 전 대표가 "한 전 총리에게 9억원을 줬다"며 검찰에 협조하자 정 부장이 채권회수목록에 기입된 5억원과 함께 9억원을 맞추기 위해 나중에 다른 돈의 흐름을 찾아 추가한 개연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 수기로 기록된 2억원 논란
한 전 총리에게 받을 돈이 5억원이라고 적힌 채권회수목록의 세부내역(백데이터)에 수기(手記)된 2억원도 논란거리다.
세부내역에 있는 3월30일자 3억원은 엑셀프로그램으로 작성돼 출력된 것이지만 4월30일자 2억원은 정 부장이 펜으로 직접 기입했다.
정 부장은 법정에서 "소팅(Sorting 분류) 작업을 하던 중 2억원이 빠진 것을 발견했다"며 "다시 작성하기가 귀찮아 펜으로 써넣은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변호인측은 가공의 흔적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볼펜으로 금액을 추가한 것은 엑셀파일을 출력해놓은 세부내역 21쪽 가운데 메모를 제외하고 이 부분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가공인지 여부는 출력된 세부내역을 엑셀프로그램 원본 파일과 비교해보면 쉽게 알 수 있지만 원데이터는 분실됐다.
또 하나의 핵심자료인 총괄장부 역시 현재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3월 30일자 3억원은 한만호 전 대표가 한명숙 전 총리의 비서실장이던 김씨에게 빌려줬다가 나중에 돌려받은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돈으로 김씨는 이 부분을 인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