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남북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대규모 한·미 합동군사훈련에 이어 우리 군이 6일부터 동해와 서해 남해 등 29곳에서 대규모 사격 훈련에 들어간다.
북한도 우리군의 훈련을 맹비난하면서 "앞으로 사태가 어떻게 번질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며 처음으로 ''전면전''을 언급하는 등 위협적인 발언을 내놓고 있다.
남북 간에는 사소한 충돌이라도 빚어질 경우 대규모 군사적 충돌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그래서 Why뉴스에서는 ''왜 남북 간 핫라인이 필요한가?''라는 주제로 남북관계를 전망해 보고자 한다.
= 핫라인의 의미를 남북 간 직통전화로 봤을 때 실제로 남아 있는 직통전화는 없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남북 간에는 군사당국간 통신망을 비롯해 판문점 남북적십자 직통전화경협사무소 통신라인 등 많은 통신라인이 있었다.
그러나 2008년 5월 남북 군사충돌 방지를 위한 군 통신망 중 서해선 6회선이 중단된데 이어 2009년 3월에는 동해선 마저 중단됐다.
특히 2008년 11월 북한이 남북 간 중심 통신선인 판문점 남북 적십자 직통전화를 일방적으로 차단하면서 남북 간 공식 통신망은 단절됐다.
1971년 남북적십자 예비회담을 앞두고 분단 이후 처음으로 개설된 남북 간 핫라인이자 남북대화의 상징이었던 판문점 연락관 접촉선이 차단된 것이다.
물론 2000년 남.북 정상회담 당시 국정원과 북한 통일전선부 사이에 설치됐던 핫라인도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아무런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남북 당국 간 남은 통신 채널은 1998년 개통된 항공관제 통신선과 2005년 개통된 해사 당국 간 통신선뿐이다.
각각 인천국제공항과 평양 순안공항 사이 항공기 운항과 서울과 평양 사이 선박 운항을 상대에게 통보하는 용도로만 쓴다.
남한과 개성공단을 국제전화로 연결하는 ''KT 라인''이 살아 있지만 북측과는 직접 연결되지 않는 ''남남(南南) 통신용''이다.
▶''핫라인''이라는 게 상호 신뢰구축의 상징 아니냐?
= 그렇다. 핫라인은 상호간 신뢰구축의 첫 번째 조치가 바로 핫라인 개설이다.
특히 군사당국간 핫라인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고 할 수 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지면서 남북 간 통행이 확대됐지만 남북군사당국간 핫라인은 5년 뒤인 2005년 서해상 우발적 무력충돌 방지를 위한 통신연락선이 개설됐다.
그만큼 군사당국간 핫라인은 설치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실제로 이번 ''연평도 포격''에서도 핫라인이 제대로 가동됐더라면 극단적인 대결을 사전에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있다.
국방부가 국회 국방위에 "북한은 사건 당일 오전 8시 20분 ''''남북장성급군사회담'''' 북측 단장 명의로 ''''북측 영해에 대한 포 사격이 이루어질 경우 즉각적인 물리적 조치를 경고한다''''며 우리 측에 통지문을 발송했다''''는 내용의 보고를 했다.
국방부 이용걸 차관은 국회답변에서 "군사훈련을 할 때마다 북측에서 유사한 전통문을 보내와 이번에는 묵살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남북군사당국간 핫라인이 살아 있었다면 실제 충돌이 일어나지 않도록 사전에 예방할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있다.
▶''핫라인''은 단순히 ''직통전화''만을 의미하는 건 아니지 않느냐?
= 그렇다. 핫라인이라는 용어는 잘 알려진 대로 1962년 쿠바 사태의 위기를 겪어면서 만들어진 용어다.
당시 미국과 소련이 쿠바 미사일 기지문제로 핵 전쟁의 위기가 실제로 발생하자 미-소 정상간 직접대화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1963년 6월 20일 미-소간핫라인이 설치됐었다.
그래서 핫라인은 정상간 직통전화를 의미하지만 남북간에는 그런 전화선의 의미 외에도 비선라인을 핫라인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남북간에는 오랜 세월 남북관계에 종사해온 전문가들이 있다. 그렇지만 이명박 정부들어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때의 남북관계를 전면 부정하면서 그 전문가들이 현업에서 밀려나거나 퇴직했다.
그러면서 상호간 공식접촉 이외에 비선접촉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들이 있다.
물론 남북양측이 제3차 정상회담을 위해 비밀 접촉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졌지만 지난 2008년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이 있어났을 때에도 이 비선라인이 제역할을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당시 한나라당 내부에서 "국정원에 대북 핫라인이 있기는 한 것이냐?"는 불만의소리들이 있었고 홍준표 원내대표(2008년 당시)도 "정원이 뭘 하는 기관인지 이해가 안된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남북간 직통전화인 핫라인 뿐아니라 비선라인도 단절됐다는 것이 문제일 것이다.
▶''핫라인''이 단절됐다는 건 남북 간 신뢰가 무너졌다는 얘기일 텐데 복원될 가능성은 없는 거냐?
= 남북관계가 정상화 되기 전에 ''핫라인''이 복원되기는 불가능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40년 가까이 이어져 왔던 판문점 적십자 직통전화마저 단절된 상황이기 때문에 ''핫라인'' 복원은 남북관계가 대화국면으로 바뀌고 상호간 신뢰가 쌓여야가능한 일일 것이다.
남북 간 핫라인 구축에 관계했던 군 관계자는 ''핫라인''이 단절됐다는 건 "남북 간 신뢰가 무너지고 의사소통의 수단이 사라졌다"는 의미라면서 신뢰회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달 28일 ''연평도 포격''으로 긴장이 조성된 시점에 전방 군부대에서 포탄 오발사건이 일어났다.
포탄은 북쪽으로 날아가서 남측 비무장지대에 떨어졌고 다행히 북측이 즉각적인 대응을 하지 않아서 충돌이 일어나지 않았다.
가정을 해서 얘기하기는 어려운 일이지만 이 포탄이 북측지역으로 날아가서 북한군 시설이나 민간지역으로 날아갔다면 북측에서 즉각적인 대응 사격을 하고 이런 상황이 벌어졌을 수도 있다.
''핫라인''이 개설돼 있다면 단순 오발사고가 정면충돌로 이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실제로 2002년 한-일 월드컵 폐막 하루 전인 6월 29일 제2차 서해교전이 벌어졌을 때 북측은 즉각 남북 핫라인을 통해 "현지 아랫사람들의 우발적 사고"라며 "재발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연락을 했고 남측의 요구에 따라 장관급회담 단장명의의 전통문을 통해 유감을 밝혔다.
핫라인이 정면충돌을 예방한 것이다.
▶남북 정상간 핫라인도 개설됐었나?
= 남의 대통령과 북의 국방위원장이 직접 통화하는 라인을 의미한다면 그건 아니지만 국가정보원과 통일전선부 사이의 핫라인은 개설됐었다.
지난 2000년 6월 정상회담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이 기회에 두 정상간 비상연락망을 마련하는 게 어떻겠습니까?''라고 제의하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그거 좋은 생각입니다. 그렇게 합시다''라고 동의했으며 회담 4일 후에 핫라인이정식 개통할 수 있었다"고 임동원 전 국정원장이 자신의 회고록에서 밝혔다.
국가정보원과 통일전선부 사이의 핫라인은 양 정상간 비상연락망 기능을 한 것이다.
임동원 전 국정원장은 자신의 회고록에서 "개인적으로는 이 핫라인 개설이야말로 정상회담 최대의 성과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밝히고 있다.
남북관계의 고비 때마다 이 핫라인이 가동됐으며 김대중 정부에 이어 노무현 정부에서도 이 핫라인이 활용됐다. 제2차 남북정상회담 성사 과정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쉽게도 남북 정상간 비상연락망이 단절되면서 남북은 서로 공개 성명이나 언론보도를 통해 상대의 입장을 들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이런 질문을 하기도 조심스럽지만 남북관계는 언제쯤 풀릴 것으로 보이나?
= 남북관계를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연평도 포격''으로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어서 당분간 대화국면이 만들어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우리 군이 6일부터 서해와 동해 남해 등 29지역에서 해상 사격훈련을 실시한다. 연평도와 백령도는 제외됐지만 남북 간 긴장이 점점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북측도 남측의 사격훈련에 대해 처음으로 ''전면전''을 언급하고 나섰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5일 보도에서 "괴뢰들의 도발적 광란으로 조선반도 정세는 통제 불능의 극한 상황으로 더욱더 치달아 오르고 있다"며 "북남 사이에 전면전쟁이 터지면 조선반도뿐 아니라 지역의 평화와 안전에도 엄중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측이 ''전면전''을 언급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종종 위협적인 발언을 쏟아내긴 하지만 ''연평도 포격''으로 조성된 긴장관계가 ''전면 전쟁''으로 확산될 수도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이런 긴장국면이 이어지고 있어서 당분간 대화국면이 조성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빨라도 내년 1/4분기가 지나야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정도다.
지난 3월 ''천안함 사태'' 발생이후 3개월 이상 긴장국면이 조성되다가 이산가족 상봉을 계기로 남북대화가 이뤄졌었는데 이번 ''연평도 포격''은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물론 남북 간 직접적인 대화는 당분간 어렵더라도 6자회담의 분위기가 조성될 경우 대화국면의 계기가 만들어 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핫라인(HOT LINE)은 1963년 6월 20일 미국과 소련사이에 조인된 ''직통통신 연락선설치에 관한 미소각서''에 의해 미국의 워싱턴DC의 백악관과 모스크바의 크렘린사이에 설치된 직통전화를 의미하는 것임.
1962년 10월 쿠바 위기 이후 핵전쟁의 위험이 현실로 나타나자 긴급사태가 발생할 경우 미국과 소련의 정상간 직접대화를 통해 핵 전쟁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 설치된 것이다.
1966년에는 소련과 프랑스간 1967년에는 소련과 영국간 핫 라인이 설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