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년만의 개방, 국정원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영화 ''태풍'' 촬영팀에 개방, 안보 견학프로그램도 다양하게 제공


"국정원 막상 둘러보니 생각보다 무섭지 않네"

"총도 쏴볼만 하군"

22일 오전 서울 내곡동 국정원 청사 안... 자유분방한 옷차림의 젊은 대학생들이 평소 찾기 힘든 아니 개인적인 방문이라면 불가능한 국정원 청사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며 주고받는 말이다.

"진짜 거듭나겠습니다"

바로 이날은 국정원이 대학생들을 위해 마련한 ''견학 현장''.. 인터넷등을 통해 신청한 대학생 25명이 사격장, 시뮬레이션 사격장, 안보전시관 등 일반인에게 일부 개방된 국정원 시설을 둘러봤다.

이처럼 44년간 굳게 닫혔던 국가정보원(원장 김승규)의 문이 활짝 열리고 있다.

국가 기밀정보를 다루는 국정원 성격상 국정원은 그동안 ''''안보유지''''와 ''''홍보'''' 의 딜레마 속에서 소극적 태도로 홍보에 임했던 것이 사실이다.그렇지만 국정원이 ''''국민에게 한걸음 다가간 국정원''''으로의 이미지 개선을 자청하고 나선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최근 불법도청 X파일 사건을 계기로 과거 음습했던 공작정치의 부산물인 도청 사실을 고백하고 국민에게 용서를 구한 것이 계기가 됐다.

내부적으로 일부 특수팀에서 자행된 불법행위였지만 그 충격의 여파는 너무 컸고 그것은 곧 어지간한 일에는 단련돼 있는 국정원 직원들 조차 하루를 견디기 힘들정도의 부메랑이 되어왔다.새출발을 위한 자기고백이었고 국민들의 회초리를 어느정도는 예상했지만 가혹할만큼 국민들의 시선은 싸늘했다. 국정원 폐지론까지 정치권에서 대두됐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가혹한 매질보다는 정권이 아닌 국민을 바라보는 진정한 기관으로 거듭나겠다는 국정원의 다짐을 믿고 지켜보자는 신뢰감이 조금씩 형성되면서 국정원도 가시적인 방안들을 내놓고 있고 그런 차원에서 ''적극적인 태도''로 전환하고 있다.

"국정원 본관앞에서 처음으로 영화촬영 개방"

지난 14일에는 과거 같으면 전혀 불가능한 진짜 국정원을 배경으로한 곽경택 감독의 영화 ''''태풍''''이 본관앞에서 촬영되기도 했다.

또 일반인들을 대상으로한 국정원 견학프로그램을 확대할 방침이다. 사실 일반인의 국정원 안보전시관 관람은 1999년 9월 개관 때부터 이뤄졌으며, 입소문을 타고 전해져 올해로 국정원을 다녀간 방문객 수가 2만 명을 넘어서고 있다.

안보전시관에는 1961년 중앙정보부 창설 이래의 국정원 변천사, 권총 및 통신기기 등 간첩장비, 북한지역 및 세계 위성영상 등이 전시되어 있다. 또 특별전시실인 스파이 아카데미에서는 직접 스파이 메일과 스파이 게임을 즐길 수 있다.

10명 이상의 단체가 국정원 홈페이지(http://www.nis.go.kr)를 통해 신청하면 누구든지 안보전시관을 관람할 수 있으며, 양재역에서 셔틀버스가 운행된다.


"국정원도 둘러보고 헌인릉까지 연계한 안보견학 프로그램 인기"

보다 적극적인 홍보를 위해 국정원은 이달 15일부터 11월 30일까지 ''''안보전시관 - 헌인릉(조선 태종과 순조의 능)''''을 연계한 안보견학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14군데 대학교에서 신청자를 받아 국정원 견학을 실시했으며, 하반기에는 더 많은 대학을 대상으로 국정원 견학 프로그램을 실행할 예정이다. 또, 작년에는 국정원 주최로 30여명이 판문점을 견학했으며, 백령도 견학도 추진 중에 있다.

이날 국정원을 방문한 김지혜(26세)씨는 ''''그 동안 베일에 가려졌던 국정원의 구체적인 면을 살펴볼 수 있어서 좋았다''''며 ''''특히 여자는 하기 어려운 사격훈련을 가상 시뮬레이션으로 해볼 수 있었던 것이 가장 인상적 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다음 까페 ''''국정원을 사랑한다'''' 운영자인 류흥모(27세)씨는 ''''1년에 네 차례 까페 회원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아 국정원 견학을 실시해 이번 방문이 16번째''''라며,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 따뜻하게 환영하는 국정원 관계자들 모습에 사람들의 호응이 높은 편이다''''라고 말했다.

국정원 관계자는 ''''국정원은 과거의 잘못을 이미 고백했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그러나 이것으로 인해 국정원의 다른 부분까지 오해하고 매도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또, ''''9 · 11 테러 이후 미국은 FBI와 CIA로 분리된 국내외 업무를 하나로 통합하려 하고 있다''''며 ''''국정원을 분리하는 것은 국제적 추세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업무 비효율성과 예산낭비만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국가정보기관''''이 되는 것이 국정원의 목표라고 국정원 관계자는 말한다. 그것이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지 감시하고 비판하는 것은 국민 모두의 몫이다.

그러나 그 이전에 올바른 이해와 관심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노컷뉴스 양은희 인턴기자 nocutnews@cbs.co.kr

"국정원이 예전보다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느꼈다"
다음 까페 ''''국정원을 사랑한다(cafe.daum.net/niszzang)'''' 운영자 류흥모(27세)씨가 지난 22일 국정원을 찾았다. 이번 방문이 14번째인 류씨는 "처음 방문할 때의 긴장감은 많이 없어졌지만 그래도 매번 국정원 셔틀버스가 국정원 입구를 들어설 때마다 느끼는 설레는 마음은 변함이 없다"고 말한다.

국정원에 관심을 갖고 입사를 꿈꾸던 류씨가 처음 까페를 개설한 것은 2000년 9월. 현재 회원수는 1만5000여명으로 국정원 관련 동호회 중 최대 규모이며, 온오프라인 상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대부분 국정원에 입사하기를 희망하는 대학생들이 까페 회원이나 중학생부터 40~50대 중년들처럼 순수하게 국정원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분들도 있다고 한다.

특히 매년 4차례 실시하는 국정원 견학은 30명 모집에 200여명이 신청할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국정원 견학 희망자의 신청서를 받아 심사하고 국정원에 견학 신청을 제출해 인솔을 담당하는 것이 까페 운영자 류씨의 역할로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매번 동행해 이번이 벌써 14번째 국정원 방문이다.

류씨는 "최근 안기부 불법 도청 사건으로 일부에서 국정원을 비판하고 조직 개편까지 운운하고 있는데, 도청 문제는 국정원의 극소수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잘못된 부분만 수사해야지 전체 조직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또 "국정원을 사랑하는 까페 회원들 역시 대부분 이와 같은 생각이다"고 덧붙였다.

류씨는 "지난 5년 간 까페 운영장으로 국정원 견학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매번 참여하면서 국정원이 예전보다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느꼈다"며 "국민에게 국정원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개방하려는 모습을 보며 하루 빨리 국정원이 위기에서 벗어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노컷뉴스 양은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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