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치작품, "달나라 선경 즐기며, 선정에 빠져볼까"

학고재갤러리, 임충섭 <월인천강>전 5.5-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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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충섭 작가의 영상 설치작품 <월인천지>는 달의 천변만화를 느낄 수 있다. 이 작품은 학고재 신관 지하 3층 전시실에 설치되어 대형벽면의 화면에 달의 수 많은 조화를 드러낸다. ''월인천지''는 ''월인천강''에 댓구되는 말로 달이 온 누리에 새겨져 있다는 의미이다. 이 화면을 보고 있노라면,버들가지가 늘어진 풍경으로 얼음빛 그믐달이 흘러가는 장면은 한폭의 산수화 같고,어둠 속 큰소나무 실루엣을 배경으로 달이 서서히 지나가는 장면은 늑대가 울던 시절의 시골 정취를 풍긴다.달이 지구로 다가설 때는 정자가 난자에게 성스럽게 접근하는 듯 느껴지고, 달이 지구를 통과해 빠져나갈 때는 동공이 눈자위를 빠져나가는 듯하며 그 달(동공)이 지구(눈자위) 밖으로 쑥 빠져나가 떨어진 순간은 마치 순정한 눈물 한방울을 보는 것 같다. 이 작품은 2분씩 40장면으로 구성되어 80분동안 달의 다양한 변주를 보여준다. 요즘 갑자기 다가온 더위에 학고재 전시실에서 이 작품을 감상한다면, 관람객들은 1시간 20분동안 달나라의 선경을 즐기면서, 선정에 빠져드는 것을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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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충섭 작가는 달에 매료되어 <월인천강>이라는 영상 작품도 만들었다. 학고재 본관에 설치된 이 작품은 물이 담긴 격자형 어항 두개에 달의 이미지를 투사하고 있다. 초승달에서 만월, 그믐달에 이르기까지 달이 투명한 물에 비쳐, 물고기들이 움직이며 일으키는 파장에 따라 달도 함께 일렁일때, 물 속에 비친 그 달도 달임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물에 투영되기 전의 달도 영상으로 찍은 달이니, 실재가 이미지가 되고 이미지가 실재가 되는 순환구조를 이룬다.그래서 ''작가는 자기가 존재하게끔 하고 싶은 이미지를 창조한다고''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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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계는 현대미술의 선구자''

이미지와 실재에 관한 논쟁은 이미 16세기 우리 선조 유학자들에 의해 진행된 바 있다.<월인천강>에 대한 퇴계 이황과 고봉 기대승의 대화는 성리학의 이기론을 설명할 때가장 중요한 논쟁중 하나이다. "물에 비친 달도 달이다." "물에 비친 달은 달이 아니다."를 놓고 조선의 두 철학자는 실재와 허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것이라 할 수 있다. 임 작가는 자신의 <월인천강>을 두고 "물에 비친 달 또한 달이다."라고 주장한 "이황 이론의 승리"라고 말햇다. 이는 곧 실재와 허상이 분리되는 것이 아닌 하나라는 의미이다. 임충섭은 "동양의 철학자 이황이 이미 16세기에, 오늘날 현대 미술이 진지하게 탐구하고 있는 문제에 대해 앞선 고민과 답변을 모색했다는 점에서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고 말했다.

☞ 인터뷰 :임충섭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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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충섭 작가는 달을 소재로 한 작업을 통해서 고국에 대한 향수를 달랬는지도 모른다. 올해 69세의 임 작가는 국내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줄곧 미국 뉴욕에서 생활을 하였다.전업작가로 들어선지는 불과 10년도 채 안 된다. 그는 부두노동자와 액자수선공 등 생계를 위해 수 많은 일을 전전하면서도, 일을 끝내고 밤에는 고단한 몸으로 드로잉 작업을 하며 그림에 대한 꿈을 키웠다. 그러던 중 화가 친구의 권유로 미국의 유명 사립미술관 큐레이터에게 드로잉을 내보였다가 초대작가로 선정되어 그 미술관에서는 한국인 최초로 개인전을 열게 되었다고 한다.

임충섭은 이번 전시에서 구체적 사물들을 여러차례 드로잉하는 과정을 거쳐 변형하고 추상화한 부조작품을 비롯해 일상에서 채집한 조형개념을 화석화하여 흔적을 남긴 <화석 풍경>,한국의 전통 베짜기를 연상시키는 <오름/내림>, 자신만의 풍경언어를 시각적으로 표현한 <풍경>연작,문명 속 자연을 12개의 상자에 담은 연작 등 40여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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