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의 장외 사인 논란은 지난 1차전에서 KIA 측이 심판에 항의하면서 촉발됐다. 김성근 SK 감독의 아들로 탁월한 분석력을 자랑하는 김정준 전력분석팀장이 관중석에서 SK 선수들에게 수비 위치를 지시한다는 것. 김동재 KIA 코치가 오석환 구심에게 항의해 경고 조치가 내려졌다.
일단락되는 듯했던 이 문제는 20일 문학 4차전에서 다시 불거졌다. SK 전력분석원이 벤치에 수비 시프트를 지시하는 모습이 다시 포착된 것. 조범현 KIA 감독은 이에 대해 "심판이 하지 말라니 안 하고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계속 하고 있다면) 생각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행위에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대회요강 제26조 ''불공정 정보의 입수 및 관련 행위 금지''에 따라 부적절하다는 해석을 내렸다. 조종규 심판위원장은 "공수 교대라면 모를까 경기 중이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적발될 시 전력분석원의 퇴장 및 남은 경기 출입금지까지 내리겠다는 게 KBO의 입장이다.
▲KIA, 치밀한 심리전 준비…김성근 감독, ''사인 훔치기?''에 발끈
일종의 심리전인 셈이다. KIA는 사실 SK-두산의 플레이오프(PO) 때부터 이런 부분을 준비해왔다. 조감독이 잠실 PO 때 SK 전력분석팀 바로 옆에서 관전하면서 체크했다. 또 SK 선수들의 사인 훔치기 의혹이 터져나온 것도 KIA 선수단에서였다.
이에 김성근 SK 감독은 지난 2차전에 앞서 "전력분석팀에서 그럴 권한이 없다. 그럼 벤치의 나는 뭐냐"며 장외 사인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사인 훔치기 의혹에 대해선 "원래 사인은 철저한 보안을 위해 자주 바꾸는 것이다. 사인을 분석하는 건 8개 구단 모두 하는 당연한 일"이라면서 "프로로서 그걸 뺏기는 게 잘못"이라고 발끈하며 정당성을 역설했다.
하지만 장외 사인 논란은 계속됐다. KIA 측은 지난 21일 훈련 때 "대회 요강에 나온 금지사항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제기했다.
KIA의 항의와 KBO의 방침을 들은 SK 측은 "선수에게 직접 한 게 아니라 수비코치를 통해서 전달됐다. 시즌 중 다른 팀도 하는 일이다. 금지한다면 하지 않겠다"며 한발 물러선 입장을 보였다.
▲단기전에서 기 싸움 선점 의도…김성근 감독도 판정 시비 ''맞불''
KS 같은 큰 경기, 특히 단기전에선 분위기 싸움이 중요하다. 지난 3차전에 일어난 그라운드 대치 상황도 양 팀이 팽팽한 신경전에서 밀리지 않으려는 기 싸움의 결과다.
''장외 사인'' 논란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 1996년 KS가 대표적이다. 당시 해태(현 KIA) 감독이던 김응용 현 삼성 구단 사장은 현대(현 히어로즈)와 KS 4차전 뒤 "심판 판정에 문제가 있다"며 ''보이콧 불사''까지 선언했다. 인천 연고팀 경기에 인천 출신 심판 배정을 문제삼은 것이었다. 결국 김사장은 시리즈 우승 뒤 "이기기 위한 전술이었다"고 털어놨다. 장외 심리전이었다는 뜻이다.
김성근 감독도 마찬가지다. 김감독은 지난 1차전 결승타에 앞서 번트 스윙한 KIA 이종범에 대한 판정을 지적하며 "올해 KIA하고만 하면 심판 문제가 걸린다"며 불만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2승 2패, 팽팽하게 맞선 KS 판도 못지 않게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양 팀의 신경전. 과연 KS 전체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