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탈북 어민을 강제북송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 등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라인 4명이 1심에서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법원의 선고유예 판결에 대해 검찰은 죄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허경무 부장판사)는 19일 오후 국가정보원법 등을 위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 등 4명의 1심 선고공판에서 모두 선고유예 판단을 내렸다.
정 전 실장과 서 전 원장에게는 징역형 10개월, 노 전 실장과 김 전 장관에게는 징역형 6개월의 선고를 유예받았다.
선고유예란 범죄 정황이 경미한 경우 유죄는 인정하지만 일정 기간형의 선고 자체를 미루는 판단이다.
이날 1심 선고는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이 발생한 지 5년 3개월 만에, 검찰이 기소한 지 2년 만에 이뤄졌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나포된 시점으로부터 불과 2일 만에 북송을 결정하고 5일 만에 이를 집행하는 등 신중한 법적 검토 없이 졸속으로 처리했다"고 언급하는 등 피고인들의 행위에 위법성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강제북송된 탈북어민들이 16명을 살해하는 등 흉악한 점, 남북 분단 상황에서의 제도적 공백과 혼란, 피고인들이 전과 없음, 공직 등에서 사회 발전에 헌신해 온 경력 등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에 대한 징역형을 선고하거나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것보다는 형의 선고를 유예함으로 피고인들 행위의 위법성을 확인하면서 실제 불이익은 가하지 않게 하는 것이 현 단계에서는 합리적으로 내릴 수 있는 양형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1심 재판부의 선고유예와 일부 선고에 대해 항소 방침을 나타냈다.
검찰은 "법원은 탈북어민들이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라는 피고인들의 주장을 배척하고, 수차례 귀순의사를 표명한 탈북어민들을 강제 북송한 것에 대해 명확하게 위법성을 확인했다"며 "법원은 피고인들에게 '뉘우치는 정상이 뚜렷할 때' 선고를 유예할 수 있다고 규정에도 범행을 일체 부인하는 피고인들에 대해 형의 선고를 유예한 것이어서 수긍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서 전 원장 등이 무죄 선고를 받은 부분에 대해서도 다투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검찰은 지난 1월 결심 공판에서 정 전 실장과 서 전 원장에게 각각 징역 5년을, 노 전 비서실장에게는 징역 4년, 김 전 장관에게는 징역 3년을 구형한 바 있다.
한편 선고 이후 정 전 실장은 "이 사건은 검찰의 무리한 기소로 시작됐다"며 "정권이 교체되자마자 대통령이 나서 직접 수사 지침을 밝혔다"고 말했다.
정 전 실장 등은 2019년 11월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탈북 어민 2명이 귀순 의사를 밝혔는데도 강제로 북한에 돌려보내도록 공무원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시킨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어민이 국내 법령과 절차에 따라 재판받을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게 방해한 혐의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