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년 헌법이 탄생하기까지 국민의 눈물겨운 희생과 헌신이 있었고, 헌법의 기본권 규정 하나하나에 국민의 간절한 바람이 담겨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김상환 대법관은 27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민주화 운동으로 일궈낸 1987년 헌법 정신을 언급하며 "귀중한 헌법의 의미와 정신이 국민의 일상적 삶에 녹아들어 빛나게 구현될 수 있도록 동료 법관들과 지혜와 경험을 나누고 실천하려고 애썼다"고 소회를 밝혔다.
김 대법관은 "저에게 법정이 바로 법원이었다"며 "법정에서 갈등의 파고에 힘겨워하면서도 억울함, 애증과 애환의 감정을 가슴속 깊이 묻어둔 우리의 이웃을, 소외와 배제가 아닌 공감과 공존을 절박하게 호소하는 사람들을 만났고 그들의 목소리를 편견이나 선입견 없이 귀담아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하는 재판권한이 주권자인 국민 바로 그들에게서 나왔음을 새겼다"고 전했다.
이어 "법정은 헌법과 헌법정신이 지배하는 곳"이라며 "법원은 헌법상 기본권에 근거한 국민의 정당한 주장을 진지하게 경청하는 곳이고, 재판을 통해 국민의 기본권이 확인되고 보장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보편적 믿음이 국민 마음 속에 더욱 깊게 자리 잡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도 강조했다.
김 대법관은 영장제도와 관련해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해 마련된 헌법의 영장제도와 그 제도를 운영하는 법원의 역할이 배제될 때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얼마나 심각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절실히 깨닫게 된 순간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의 곁에서 국민의 기본권을 든든하게 지켜야 할 임무가 바로 우리 법원에 부여돼 있음을 새삼 선명하게 확인하는 순간"이었다고 덧붙였다.
또한 "대법원에서 동료 대법관님들과 함께 고민하여 내린 판단이 그것을 읽고 평가할 누군가의 내면에 닿아 더 큰 영감과 생명력을 얻어가기를, 그리하여 정의의 법이 평등하게 세상에 비춰 우리 사회가 더 평화롭고 아름답게 한 걸음 한 걸음 전진하는 데에 작은 기여가 됐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김 대법관은 법원 구성원들을 향해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한 최후의 보루로서 법원의 역할과 국민의 믿음은 헌법 가치에 기반한 공정하고 충실한 재판을 통해 꾸준히 쌓아가야 하는 것"이라면서 "헌법이 부여한 법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김 대법관 후임으로는 마용주(55) 후보자가 지명됐다. 국회 대법관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전날 마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마친 후 야당 단독으로 인사청문 경과 보고서를 채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