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양가족수 치중 청약가점…혼인·출산 가점 확대해야"

국회 입조처,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주택청약 가점제도 개편 방향' 제안

박종민 기자

분양가 고공행진에도 수도권 주요 지역 아파트 청약 경쟁률이 급등하는 가운데, 지난 5년간 당첨 여부를 가른 항목은 부양가족수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신혼부부와 출산가구의 주거안정성 확보와는 거리가 멀고, 위장 전입 등 최근 성행하는 편법과 불법 유발 요인으로 작용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6일 국회입법조사처의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주택청약 가점제도 개편 방향' 보고서를 보면 올해 가점제를 통해 주택을 공급받은 당첨자의 가점 점수는 최고 63.8점으로 최근 5년새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세부 항목은 △무주택기간 30.7점(32점 만점) △청약통장 가입기간 16.1점(17점 만점) △부양가족수 24.5점(35점 만점)이었다.

무주택기간과 청약통장 가입기간에선 만점에 가까운 최고점이 나왔지만, 부양가족수 항목의 점수만 만점에 크게 못 미친 점이 눈에 띈다.

최근 5년간 당첨자의 가점 점수를 살펴봐도 당첨 최고점의 경우 무주택기간과 청약저축기간 항목은 각각 30~31점, 15~16점으로 만점에 가까웠지만, 부양가족수 점수는 22~24점에 그쳤다.

국회 입법조사처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주택청약 가점제도 개편 방향' 보고서 中 발췌

이는 부양가족수 항목에서 만점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고, 세대주 본인을 제외한 부양가족수는 3~4명으로 22~24점을 확보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어, 사실상 부양가족수가 당첨 여부를 결정한다고 볼 수 있다고 보고서는 짚었다.

무주택기간의 경우 1년 미만에 2점을 부여하고 1년 이상부터는 1년마다 2점씩 가산하되, 15년 이상이면 32점 만점이다. 청약통장 가입기간도 6개월~1년 미만에 2점을 부여한 뒤 1년 이상부터 매년 1점씩 가산하되, 15년 이상이면 17점으로 만점이 부여된다. 부양가족수의 경우 0명이면 5점, 1명 증가 시 5점씩 가산해 6명 이상이면 35점 만점이 된다.

결국 무주택기간 항목과 청약저축기간 항목에서 만점 또는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확보한 40~50대가 부양가족수 점수에 따라 당첨 기회를 얻었다는 분석이다. 실제 최근 5년새 가점제를 통한 민영주택의 당첨자 연령은 40대, 50대 순으로 많았다.

다만 부양가족에는 직계존속도 포함돼 있어 직계존속을 실제로 부양하든 주민등록만 이전하든 자녀와 동일한 가점이 부여되다 보니, 주민등록 편법 이전을 통한 직계존속 부양이나 위장 전입신고 등 편법 및 불법 행위를 유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가점제를 통해 공급되는 주택 물량은 축소되고 있고, 가점 항목은 무주택기간이 15년 이상인 40대 이상에게 유리하게 설계돼 있다"며 "현재의 가점제를 적용할 경우 20~30대 신혼부부 및 출산가구가 가점제를 통해 주택을 마련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국회 입법조사처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주택청약 가점제도 개편 방향' 보고서 中 발췌

이에 대한 대안으로 정부가 신혼부부와 신생아 특별공급 제도를 도입하긴 했지만, 민간이 공급하는 일반공급에 대한 제도개선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가점제는 도입된 지 14년이 경과한 만큼, 도입 당시와 현재의 인구구조와 가구 구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제도 개선이 필요한 이유로 지적됐다. 4인 이상 가구가 줄고 1~2인 가구가 증가한 점도 고려돼야 한다고 봤다.

보고서는 그러면서 "현행 가점제의 부양가족수 항목은 직계존속 및 직계비속의 구분없이 부양가족 1명이 증가할 때마다 가점 5점이 부여되는데, 혼인과 배우자에 대한 가점을 신설하고, 자녀수에 대한 가점을 5점에서 10점으로 확대하는 한편, 직계존속 가점을 5점에서 2.5점으로 축소하는 방안을 개편 방향으로 제시할 수 있어 보인다"고 조언했다.

이렇게 되면 자녀가 2명인 4인 가구는 혼인으로 20점, 자녀 2명으로 20점을 확보해 현행보다 가점이 20점 높아진다.

직계존속 가점 축소로 노부모를 부양하는 실수요자에 대한 역차별 우려에 대해서는 현행 노부모 부양자에 대한 특별공급 비중을 확대하는 방안을 보완책으로 제시했다.  

보고서는 "주택청약제도 및 가점제를 통한 주택공급은 주택후분양제도, 분양가상한제 등과 연계돼 보완적으로 작동하게 되는데, 개편의 필요성이 크고 정책적으로 실현 가능한 방안은 빠르게 채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