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초등학교 CCTV 설치 저조…학교·학부모 온도차

광주지역 초등학교 10곳 中 7곳 꼴로 교내 CCTV 미설치
학부모 사고 위험 대비해 교내 CCTV 설치 의견 많아
초등학교, 중·고등학교보다 안전사고 위험 적어 미온적
전문가들 "나이 어려 위험 초등학교에도 설치 필요"

해당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광주교대 부설초등학교 제공

"아들이 입학할 학교에 CCTV가 설치돼 있지 않다고 해 걱정이 큽니다. 왜 설치하지 않는지 모르겠어요."

광주 초등학교의 CCTV 설치율이 저조한 가운데 CCTV를 설치를 두고 학부모와 학교 등이 극명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오는 2025년 3월 아들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학부모 김모(35·여)씨는 최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아들이 입학할 초등학교 안에 CCTV가 한 대도 설치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김씨는 "이제 막 유치원을 졸업한 아이들이 아직 어리고, 상황 판단 능력과 대처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혹시 안전사고가 날까 걱정된다"면서 "CCTV가 있으면 사건이나 사고 발생 시 도움이 되기 떄문에 아이들이 더 안전한 환경에서 학교생활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부분의 광주지역 초등학교 교내에는 CCTV가 설치돼 있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광주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광주지역 150여개 초등학교 가운데 70%가 넘는 106개 학교에 CCTV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반면 광주지역 중학교와 고등학교들은 중학교 1곳을 제외하고 모두 학교 안에 CCTV가 설치돼 있다.

일선 중학교와 고등학교들은 복도나 구석진 곳 등 학교 폭력과 안전사고가 우려되는 곳에 CCTV를 설치하고 있지만 초등학교는 그러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초등학생 학부모들은 혹시 모를 사고 위험성에 대비해 교내 CCTV 설치를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광주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학교폭력으로 인한 심의 건수는 지난 2022년 179건, 2023년 259건, 2024년 196건이다. 아동학대도 2022년 49건, 2023년 72건, 2024년 38건으로 매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CCTV. 김한영 기자

하지만 많은 초등학교는 CCTV 설치와 관련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어린 자녀를 학교에 보내야 하는 초등학교 학부모들과 달리 교사들의 경우 교권 침해 등을 이유로 CCTV 설치를 꺼리기 때문이다.

교내에 CCTV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교육부의 '학교 내 영상정보처리기기 설치·운영 표준 가이드라인'에 따라 사전 의견 수렴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행정절차법에 따른 행정예고 실시 또는 의견 청취,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 해당 영상정보처리기기 설치로 영향을 받는 교사, 학생,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설명회나 설문조사 등이다.

해당 절차를 거치면 교실과 복도 등에 CCTV를 설치할 수 있다.

광주의 한 초등학교 교감은 "초등학교는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비해 학교 폭력 등 사건·사고가 발생할 가능성도 낮고 담임교사가 직접 관리하는 시스템이어서 CCTV 설치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교사들이 CCTV 설치에 거부감을 느끼는 점도 설치하지 못하는 이유 중에 하나다"고 말했다.

교육 전문가들은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교내 CCTV가 설치된 만큼 초등학교에도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교원대 박주정 연구교수는 "설치가 가능하지만, 교사나 학운위에서 꺼려해 설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초등학생은 나이가 어려 더 위험하므로 설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동례 송원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CCTV를 설치하면 학생들에게 어떤 이점이 있는지와 설치 목적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광주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실 내에 CCTV를 설치하려면 교사나 학부모들에게 먼저 고지해야 하는데 실제로 그런 요청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면서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학교폭력, 안전사고, 도난 방지를 위해 많이 설치돼 있다"고 말했다.

한편 광주시교육청은 세수 감소 등을 이유로 올해 2억 원이던 각급 학교 CCTV 설치 지원 예산을 내년에 절반으로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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