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희생자로 결정되지 않은 일반재판 수형인이 처음으로 죄를 벗었다.
20일 광주지방법원 형사12부(재판장 박재성 부장판사)는 4·3일반재판 수형인 고(故) 한상용 씨에 대한 재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유가족이 재심을 청구한지 2년여 만이다.
한씨는 4·3광풍이 휘몰아친 1949년 서귀포시 성산읍에서 남로당원을 도왔다는 이유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체포돼 1950년 2월 광주지방법원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광주형무소에서 징역형을 살고나온 뒤 한씨는 고문 후유증으로 제대로 생계 활동조차 하지 못했다. 그의 아내가 해녀로 물질을 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한씨는 지난 2017년 7월 숨졌다.
한씨 측 자녀들이 재작년 10월 아버지 명예를 풀어달라며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제주법원 4·3전담재판부는 지난해 1월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지만 검찰이 항고했다. 검찰은 "당사자가 아닌 유족 진술을 신뢰할 수 없고 관할법원도 선고가 이뤄진 광주"라 주장했다.
광주고등법원과 대법원에서도 결국 유가족의 항고를 기각하며 유족을 두 번 울렸다.
4·3특별법에 따라 대부분의 수형인 재심은 제주법원에서 하고 있지만, 희생자로 결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한씨 사건만 광주에서 재심이 진행됐다. 4·3특별법 맹점이 드러난 것이다.
그사이 유족이 뒤늦게 4‧3희생자 신청을 해 지난 8월 4·3희생자로 인정받았다.
우여곡절 끝에 광주에서 열린 재심에서 검찰은 한씨에 대해 무죄를 구형했다. 재판부도 "유죄를 입증할 증거가 없고 검찰 역시 무죄를 구형해 범죄사실 증명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고문 후유증으로 한평생 맺혔던 한이 74년 만에 풀렸렸다.
현재까지 개별 소송 또는 검찰 직권재심을 통해 죄를 벗은 4·3군사재판 수형인(2530명)은 모두 2116명(83%)이다. 일반재판 수형인(1797명)의 경우 모두 289명(16%)이 무죄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