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 후폭풍을 수습할 비상대책위가 결국 '친윤계 중진 투톱 체제'로 꾸려진다.
당초 권성동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과 친윤 일부에서는 '원톱 체제'를 구상하기도 했지만, 또다른 친윤계 중진의원들이 탐탁지 않아 하면서 '투톱 체제'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친윤 투톱 체제'에 대한 회의감이 크다. 이른바 탄핵 트라우마에 휩싸인 강성 지지층을 결집시키기 위한 행보만 거듭할 것이라는 우려도 뒤따른다.
국민의힘은 '중진의힘'…나눠먹기식 투톱 체제
국민의힘은 20일 재선부터 4선 의원들까지 선수별로 모여 비대위원장 인선과 관련한 의견을 모았다. 전날 초선의원들에 이어 다선 의원들도 '원내 인사·투톱 체제'에 힘을 실었다.윤 대통령 탄핵안 가결 직후에는 쇄신형 비대위를 부각시키기 위해 김재섭 의원 등 비윤계 초선의원이나 원외 인사도 거론됐지만, 결국 기존 당내 역학 구도가 고스란히 반영된 '친윤 중진의 당(黨)'으로 회귀하게 된 셈이다.
비대위원장에 강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5선의 권영세 의원 역시 대표적인 친윤계 의원이다. 권 원내대표보다는 눈에 띄는 친윤계 의원은 아니지만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부위원장부터 통일부장관까지 두루 거쳤다.
권 의원과 함께 물망에 오른 나경원 의원 역시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비윤에서 친윤으로 돌아섰다. 두 의원 모두 수도권에 지역구를 뒀지만, 당의 주류인 TK(대구·경북) 의원들과 마찬가지로 선명한 탄핵 반대 입장을 견지해오기도 했다.
다만 권 원내대표는 이날 "이런 저런 의견들이 있고 의견이 대립되고 있어서 저도 고심 중에 있다"며 표면적으로는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권 원내대표가 일주일 가량 시간을 갖고 선수 별로 의원들의 의견을 취합하는 사이 쇄신보다는 통합·안정에 집중해야 한다는 논리가 힘을 얻어갔다는 분석이다.
구체적인 인물들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뿐, '비대위원장은 친윤계'라는 권 원내대표의 해법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는 뜻이다. 당내에서는 "결과적으로 탄핵 이전의 TK·친윤 중심구조가 다시 세워지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말도 무성하다.
이같은 흐름이 이어진 데에는 기존 당내 역학구도를 유지하면서도 권 원내대표에게만 힘이 쏠리는 걸 막으려는, 친윤 중진의원들의 집단적 사고의 산물이기도 하다.
3선 이상 중진의원들 중에서 윤 대통령과 선을 긋자고 하는 등 쇄신성 발언을 내놓은 의원은 친한계 조경태 의원(6선·부산 사하을)이 유일하다.
이를 놓고 물밑에서는 경계심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한 국민의힘 고위 관계자는 "TK에 쏠려있는 당내 권력을 놓고 기존에 하던 대로 권력 투쟁에만 천착하는 동안 당은 점점 더 '계엄의 바다'로 빠지면서 집권과는 거리가 더욱 멀어지고 있다"고 한탄했다.
반성 대신 집토끼만 보는 與
이 가운데 권 원내대표는 취임 직후부터 12.3 내란 사태에 대한 반성은커녕, 탄핵 국면에서 이를 정당화하려는 일련의 시도를 반복하고 있기도 하다.
권 원내대표는 한덕수 권한대행에게 지난 19일 양곡관리법 등 6개 법안에 대한 거부권을 요청한 데 이어, 김건희 여사·내란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도 행사하라는 취지로 압박했다.
권 원내대표는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대통령 권한대행의 당연한 책무"라고 말했다. 6개 법안 외에 특검법에 대해서도 재의요구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거부권 요청에 더해 심지어는 장관·검사장 등 주요 인사들에 대한 탄핵안이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되면 그 탄핵안을 발의한 의원들을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도 펼쳤다.
권 원내대표의 이같은 공격적인 행보는 강성 지지층 이탈을 막기 위한 데 목적이 있다. 현재 당내 권력구도는 강성 지지층의 결집력을 토대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맥락에서 윤 대통령 출당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을 만한 인물을 비대위원장에 인선할 거라는 예측이 나온다.
윤 대통령 출당은 쇄신의 첫 단추로 꼽히는 사안이지만, 강성 지지층과 당 사이에 균열을 낼 수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또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는 "원내 지도부 내에서는 보수 진영 지지층 30%를 꽉 잡아놔야 한다는 인식이 공고하다"며 "탄핵 인용 이후 수습책이나 대선은 부차적인 문제가 돼버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