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수괴' 부정한 尹 "체포지시 안해" 주장…반대 증언 수두룩

'경고성 계엄'이라며 '체포 지시'?…내란죄 핵심 혐의
尹 장외 여론전 "체포의 '체'도 얘기 안해"
"끌어내라" "다 잡아들여" 반대 증언 수두룩
'체포명단' 홍장원 메모 등 물적증거도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2·3 내란사태' 당시 체포 지시를 한 적이 없다는 주장을 측근을 통해 내놨다. 계엄을 준비·실행한 핵심 참모 다수가 연일 '국회의원 등 요인의 체포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하는 것에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법조계에선 윤 대통령이 본격적인 형사사법 절차가 시작되기 전부터 장외 변론에 나선 것으로 해석한다. 요인 체포나 국회 난입 등 계엄 국면에서 실행된 여러 작전을 윤 대통령이 직접 지시한 정황이 윤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판단하는 핵심 쟁점이다. 
   

"체포의 '체'자도 안 꺼내" 중대 의혹 부인한 尹

윤 대통령 측 석동현 변호사는 19일 오후 서울고검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 대통령도 법률가"라면서 "체포를 하라든가 끌어내라는 둥 그러한 용어를 쓰신 적이 없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동기인 석 변호사는 거듭 "대통령은 체포의 '체'자도 얘기한 적이 없다. 도대체 체포하면 어디에 데려다 놓겠다는 것인지, 그런 앞뒤를 좀 생각해 달라"며 "기본적으로 (대통령은)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윤 대통령과 직접 '체포 등 지시' 부분에 대해 대화를 나눴고 이런 말을 들었다고 부연했다.
   
석 변호사는 "넓은 국회에 300명 미만의 군인이 간 상황이었다"며 국회에 대한 무력 진압이나 봉쇄 의지가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앞서 대국민 담화에서 윤 대통령이 밝힌 주장과도 맥이 닿는 부분이다.
   
또 "대통령께서는 출동 군경들에게 절대 시민과 충돌하지 말는 지시와 당부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시민과 충돌하지 말라는 지시와 당부를 누구에게 어떻게, 언제 했는지에 대해서는 "(석 변호사 본인이) 일일이 답변하기 어렵다"고 입을 닫았다.
   

"끌어내라" "다 잡아들여" 반대 진술·증거 쏟아져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 '12·3 내란사태'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 출석한 곽종근 특수전사령부 사령관이 의원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그러나 현재까지 나온 12·3 내란사태 주요 공범·증인들의 진술은 윤 대통령의 입장과는 정 반대다.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은 지난 10일 국회에 출석해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후 비화폰으로 전화한 사실을 밝히며 "(계엄 해제를 위한 국회의원) 의결 정족수가 아직 다 안채워진 것 같다. 빨리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들을 끄집어내라"고 지시했다고 폭로했다.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은 검찰 조사에서 "국회로 출동했을 때 윤 대통령으로부터 '끌어내라'는 지시를 2차례 받았다"며 "국회에서 계엄 해제가 의결될 즈음엔 윤 대통령이 화를 내면서 '왜 못끌어내느냐'고 재차 전화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3일 기자들과 만난 조지호 경찰청장의 변호인도 3일 밤 11시37분 이후 윤 대통령이 조 청장에게 6차례 직접 전화를 걸어 국회의원 체포를 지시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홍장원 국가정보원 1차장은 국회 정보위원회 증언에서 지난 3일 밤 10시53분쯤 윤 대통령과 통화했고 "이번 기회에 다 잡아들여 싹 다 정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특히 홍 차장은 육사 후배이기도 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의 전화통화에서 우원식 국회의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등이 포함된 체포 명단을 적기도 했다. 해당 메모는 향후 수사와 재판에서 윤 대통령과 김용현 전 장관이 구체적인 체포 대상을 지시한 것을 입증할 물적증거로 쓰일 것으로 보인다. 여 전 사령관은 최근 검찰에서 "(체포 명단은) 윤 대통령이 사석에서 좀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를 했던 사람들"이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내란 혐의 방어 시작한 尹, 여론호도·증거인멸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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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 해제 표결에 참석하려던 의원을 끌어내고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 등 국가 요인을 체포하라는 지시는 결국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을 막기 위한 시도로 판단될 수 있다. 이에 관한 윤 대통령의 '지시'를 객관적 사실로 입증하는 것이 향후 수사의 핵심이다. 반대로 윤 대통령에게는 자신의 지시 행위가 없었음을 입증하는 것이 최고의 방어 전략이 되는 셈이다.
   
변호인단 구성도 마치지 않은 윤 대통령이 다급하게 석 변호사를 통해 "비상계엄은 내란이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던 것도 이런 맥락과 닿는다. 석 변호사는 "예고하고 하는 내란, 두어 시간 만에 그만두는 내란이 어딨나"라고도 했다. 모두 윤 대통령의 내란죄 부인 입장을 되풀이하고 확대하는 말이다.
   
고등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정치적으론 지지층에 대한 여론전, 법적으론 전형적인 증거인멸 시도로 볼 수 있다"며 "(윤 대통령은) 특수한 지위의 피의자로서 (언론을 통해) 공범에게 자신의 입장을 알리고 말을 맞출 것을 요구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구속 사유로 고려할만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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