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내란 사태의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 등과 친분을 과시하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명태균 씨가 교도소에서 결국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과 17일 만났다. 명씨는 지난달 박주민 의원과 접촉했지만 일정상 박 의원과 만남이 불발되면서 황금폰을 검찰에 넘겼는데 민주당에서는 폰 내용을 획득하는 등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 의원은 이날 오전 10시쯤 창원교도소에서 명씨를 30분간 접견했다. 접견 형식은 일반접견과 달리 유리 칸막이 등 접촉차단시설이 없는 공간에서 교도관이 참여한 상태로 녹음을 하며 이뤄진 '장소변경접견'이었다. 두 사람이 이날 교도소에서 만난 건 명씨가 지목했기 때문이다. 명씨가 박 의원을 지목한 이유에 대해 박 의원은 이날 접견 후 "의원 명단을 쭉 보다가 그냥 나를 정했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친분이나 과거 인연이 없었다. 박 의원은 최근 인터뷰에서 "명씨를 살면서 만난 적이 없다"며 "명씨가 구속되기 전 11월 13일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와서 12월 12일에 접견을 와달라고 해 알겠다"고 밝힌 바 있다. 명씨는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지난달 15일 구속됐고 지난 3일 기소됐다.
하지만 12월 12일에 검찰 조사 일정이 있어 교도소 측에서 불가능하다고 알려 박 의원이 17일로 접견 날짜를 변경 신청한 시기에 명씨는 지난 12일 박 의원이 약속을 어긴 것으로 보고 검찰에 황금폰 등 휴대전화 3대와 USB 1개를 제출했다. 휴대전화는 지난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사용한 것으로 공천 개입 등 명씨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제기된 시기와 맞물려있다.
지난 10월말 민주당이 공개한 녹취본과 최근 창원지검의 수사기록을 보면 구체적으로 파악이 가능하다. 녹취본에서는 윤 대통령은 2022년 5월 9일 대통령 취임식 전날 명씨와 통화에서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부터 열심히 뛰었으니까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고 말했고 명씨는 "감사하다"고 했다.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서나 공소장을 보면 명씨는 2021년부터 윤 대통령 부부 등 정치인과 친분을 과시하며 2022년 6월 창원의창구 국회의원 보궐선거 공천을 도운 대가로 김영선 전 의원에게서 정치자금 8070만 원을 받고 당시 지방선거에 출마하려던 TK지역 예비후보 2명에게서 각 1억 2천만 원을 받은 범행 시기에도 포함된다.
이 시기가 대선과 지방선거에 걸쳐있고 명씨가 홍준표 대구시장이나 오세훈 서울시장, 박완수 경남지사 등 유력 정치인들과도 얽혀있는 만큼 관련 내용이 황금폰에 추가적으로 담겨있을 것이라 전망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 두 사람은 이날 접견하게 됐지만 박 의원은 말을 아끼고 있다. 박 의원은 "명씨는 본인의 현재 상황과 앞으로 있을 정치 일정에 대한 생각을 주로 많이 얘기했다"며 "구체적인 내용은 정리되면 말씀드리거나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이날 접견에서 둘 사이에 주요한 대화는 오가지 않았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교도관이 있고 대화 녹음본이 검찰 수사에 쓰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교도소 관계자는 "녹음본은 법무부가 증거인멸 등 부정행위를 차단하고자 일반접견과 같이 대화를 녹음하고 수사기관에서 요청하면 가져가서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이날 접견은 안면을 트는 것으로 하고 향후 박 의원과 명씨 측 변호인이 따로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명씨 의사에 따라 황금폰 속 내용을 복사복이나 구두를 통해 전달받을 가능성이 있다. 명씨를 통해 윤 대통령 부부나 유력 정치인 등 선거와 정권에 주요한 내용을 더 받아내면 헌법재판소의 윤 대통령 탄핵 심판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어 민주당에서는 고군분투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