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사려고요. 풍경 좀 찍게."
김도영(KIA 타이거즈)의 사진기에는 어떤 작품이 담길까.
누구보다 바쁜 연말을 보냈던 김도영의 트로피 수집이 끝났다. 이로써 환상적이기만 했던 김도영의 2024년이 저물어 간다. 김도영은 1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올해 마지막 시상식 '2024 신한 SOL뱅크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도 황금 장갑을 품었다.
3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는 사실상 김도영의 몫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활약이 대단했다. 정규 시즌 141경기에서 38홈런(2위), 189안타(3위), 143득점(1위), 타율 0.347(3위), 출루율 0.420(3위), 장타율 0.647(1위) 등 놀라운 성적을 남겼다.
좀처럼 보기 힘든 진기록도 여럿 선보였다. 김도영은 지난 8월 23일 NC 다이노스전 4번의 타석에서 단타, 2루타, 3루타, 홈런을 모두 터뜨렸다. '내추럴 사이클링히트'였다.
홈런, 도루 기록을 빠른 페이스로 쌓더니 역대 최소 경기이자 최연소로 30홈런-30도루 기록도 갈아치웠다. 기세를 몰아 한국 선수 최초 40-40 대기록에도 도전했다. 하지만 아쉽게 홈런 2개가 모자랐다.
'사상 첫 득표율 100%' 골든글러브 주인공이 나올지에도 관심이 쏠렸다. 8표가 부족했다. 김도영은 유효표 288표 중 280표를 받았다. 득표율 97.2%로 골든글러브의 주인공이 됐다.
모든 행사가 끝난 뒤 김도영은 "이런 순간들이 또 찾아올까"며 생각에 잠겼다. 그러면서 "올해가 커리어 하이 시즌이 아니기를 바란다"고 후일을 기약했다.
시즌이 끝난 뒤 받을 수 있는 모든 상을 휩쓸었다. 그중에서도 KBO 최우수선수(MVP) 상과 골든글러브는 권위가 높다. 한 시즌 동안 꾸준하게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에게 돌아가는 영예로운 트로피들이다.
어떤 상이 더 의미가 있을까. 잠시 고민한 뒤 MVP를 선택했다. 김도영은 "MVP가 더 의미가 있을 것 같다. 계속 노린다고 받을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인터뷰 내내 생애 처음으로 받은 황금 장갑을 꼭 붙잡고 있었다. 김도영은 "골든글러브는 꾸준히 노리고 싶은 상"이라며 "앞으로도 계속 받고 싶다"고 속마음을 드러냈다.
스스로 매긴 올 시즌 활약에 대한 점수는 '80점'이었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는 이유였다. 김도영은 "명확하게 보완할 부분이 있다"며 "타격적으로도 보완할 부분은 많다. 100점은 늘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앞서 리그 MVP 상을 받았을 때도 김도영은 자신에게 같은 점수를 줬다. 당시에는 "개인적으로 수비를 중요시하는데, 수비에서 20점이 깎였다"고 말한 바 있다.
이날 이름이 호명된 직후 김도영은 수상 소감에서는 "추운 겨울이 가고 따뜻한 연말 보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뚜렷한 해석은 내놓지 않았다. 김도영은 "요즘 날씨가 춥지 않나"라고 웃으며 "해석하기 나름"이라고 말을 아꼈다.
이제는 내년을 바라본다. 김도영은 "아직은 그저 부상 없이 한 시즌을 치르는 것이 목표"라면서도 "올해처럼 비슷한 시즌을 보내면 좋겠다. 팀도 우승하면 그것만큼 좋은 한 해는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아직 꿈은 생각해 본 적이 없다. 한 시즌 한 시즌 흘러가는 대로 계속 살다 보면 그 꿈이 그냥 나올 것 같다고 믿는다"며 "꿈이 자연스럽게 나오게 매년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다짐했다.
'스스로에게 주고 싶은 선물'로는 거침없이 카메라를 골랐다. "풍경 좀 찍게"라며 짧은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