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식량 가격이 1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12·3 내란사태'로 원-달러 환율까지 급등하면서 국내 먹을거리 물가가 비상이다.
가뜩이나 올해 원재료 가격 급등으로 주요 제품 가격을 올린 식품업체들은 고환율 여파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실정이다.
업계 "내수 기반 회사들 정말 다 죽을 맛"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원재료가 오르는데 환율까지 올라 이중고에 빠진 상황인데, 이 두 가지 모두 다 회사가 어떻게 컨트롤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 더욱 부담이다"라고 전했다.
제과업체 관계자 역시 "감자, 설탕, 유지류 등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인데, 구매 계약은 6개월에서 1년 단위로 하긴 하지만 비용 결제는 매번 원재료를 들여올 때마다 하기 때문에 환율에 따라서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그렇다고 이를 소비자 가격에 그대로 반영하기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이미 올해 원재료 가격 상승 등의 이유로 대다수의 식품업체들이 정부의 강한 만류에로 무릅쓰고 주요 제품 가격을 한 차례 이상씩 올렸기 때문이다.
또 다른 식품업체 관계자는 "아무리 상황이 어려워도 미리 원재료를 사놓고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가격 인상을 또 논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라면서 "가격 인상을 하면 또 소비가 위축되기 때문에 일단 지금은 빨리 환율과 원재료 가격이 안정되길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12·3 내란사태 정국이 길어지면 결국 또다시 업체들이 가격 인상에 나설 수밖에 없지 않겠냐고 말한다.
식품업체 관계자는 "이런 고환율이 지속된다면 내년에는 내수를 기반으로 하는 모든 기업들이 다 한계에 직면할 수 있는 상황이 되기 때문에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내수를 기반으로 하는 회사들은 다 정말 죽을 맛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정부는 업계와 긴밀한 협의를 통해 제품 인상 시기를 이연하고, 인상률과 인상품목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정세 불안 등으로 환율이 상승 추세에 있으나, 식품업계는 주원료에 대해 2~6개월간 선계약을 통해 이미 물량을 확보해 놓았기 때문에 당분간 가격 인상은 없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계엄·탄핵 유탄 맞은 식품업계…"이중고"
품목별로 보면 유지류 가격지수가 164.1로 7.5% 올랐다. 팜유 가격은 강우로 인해 동남아시아에서 생산량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어 올랐다. 유제품 가격지수는 0.6% 오른 139.9다. 버터와 치즈 가격도 수요 증가로 올랐다.
국제 커피 원두 가격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기준 아라비카 커피 선물 가격이 파운드당 3.44달러까지 치솟았다. 1977년에 기록한 종전 최고치인 3.38달러를 넘어 사상 최고치를 새로 작성했다.
일반적으로 인스턴트·저가 커피에 주로 사용하는 로부스타 품종은 지난 9월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세계 최대 커피 생산국 브라질에서 올해 장기간 가뭄이 지속돼 내년 커피 수확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급등세에 접어든 것이다.
여기에 우리나라는 설상가상으로 12·3 내란사태라는 정치적 요인 등으로 환율까지 급등해 전보다 더 비싼 가격에 이들 원재료를 수입해야하는 상황이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무산 후 첫 평일이었던 지난 9일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 대비 6.8원 오른 1426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개장가 기준 2022년 11월 4일 이후 2년 1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가격이었다. 결국 이날 환율은 전날보다 17.8원이 오른 1437원에 거래를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