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 위기' 밥퍼, 동대문구청과의 2년 소송 끝 승소




[앵커]
지난 36년 간 무료급식 사역을 펼쳐온 다일공동체 밥퍼나눔운동본부가 무단 증축 논란으로 동대문구청과 2년여 간 벌여온 소송에서 승소했습니다.

철거 위기에서 벗어난 다일공동체는 "사회적 님비현상과 지자체의 오락가락 행정에 굴하지 않고 "사회적 약자를 향한 섬김과 나눔의 역사를 이어가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오요셉 기자입니다.

[기자]
증축을 둘러싼 갈등으로 운영 중단 위기를 맞았던 밥퍼나눔운동본부가 동대문구와의 소송에서 승소하며 무료 급식 사역을 이어가게 됐습니다.

서울행정법원 제5부는 12일, "동대문구의 철거 명령과 이행강제금 부과처분을 모두 취소한다"고 판결했습니다.

동대문구청은 지난 2022년, 다일공동체의 밥퍼 건물 증축이 불법 증축이라며 철거 명령과 함께 2억 8300만원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했습니다.

다일공동체가 신축하는 방식으로 건축 허가를 받았는데, 기존 건물을 철거하지 않은 채 증축을 했다는 이유에섭니다.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밥퍼나눔운동본부. 최일도 목사는 "선진국에 가보면 하나같이 고층 빌딩 바로 옆엔 밥퍼와 같은 사회적 약자를 위한 복지시설이 있다"며 "소외이웃을 쫓아내려고 할 것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으로 끌어 안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다일공동체는 "증축한 건물을 서울시에 기부채납하기로 하고, 시청과 구청과 협의한 방식대로 건축 허가를 받아 진행한 것"이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36년 전 서울시에서 지어준 기존 밥퍼 건물이 애초에 무허가·미등재 건물이기에 기부채납을 위한 합법화 과정에서 건축 신청을 하고 추후 서울시 사업으로 재건축을 진행하기로 협의했는데, 신임 구청장이 부임 이후 일방적으로 '불법' 프레임을 씌워 철거를 명령했다는 겁니다.

한편, 이번 갈등엔 최근 청량리 지역에 초고층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밥퍼에 대한 주민들의 민원이 급증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됩니다.

승소 판결 후 기뻐하고 있는 다일공동체 관계자와 최일도 목사. 이번 소송은 법무법인 태평양이 무료변론에 나섰다.

다일공동체 최일도 목사는 "재판 승소를 누구보다 기뻐하실 무의탁 노인, 홀몸 어르신들에게 감사하다"면서, "이번 판결을 통해 사회복지시설이 혐오시설이라고 기피당하는 일이 사라지고, 소외이웃을 사회 구성원으로 끌어안는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최일도 목사 / 다일공동체]
"다일공동체와 밥퍼는 앞으로도 이 땅에 밥 굶는 이가 없어질 때까지 어떤 어려움과 박해가 있더라도 굴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서 하나님의 사랑과 자비를 실천하는 공동체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전국의 사회적 약자들이라고 불리는 사람들, 그리고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시설들이 이제는 당연히, 마땅히 할 수 있는 일을 하게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한편, 다일공동체는 오는 25일 성탄절 37번째 '거리성탄예배'를 드리는 등 더욱 활발한 나눔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밝혔습니다.

CBS뉴스 오요셉입니다.

[영상기자 이정우] [영상편집 김성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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