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전까지 실세 1처장…방첩사 직무대리 문제없나

한 직급 아래 1처장 등은 직무배제 됐지만 오히려 사령관 직무대행
직전까지 요직인 1처장 재직…여인형 전 사령관의 육사 2년 후배
국회 답변도 미심쩍어…'구금시설' 묻자 모르쇠 일관…다른 간부는 시인
野 "왜 이런 사람을 직무대행 시키나"…차관 "파악하지 못했던 사항"

이경민 국군방첩사령관 직무대행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12.3 내란 사태의 여파로 국군방첩사령부 지휘부가 대거 직무배제된 가운데 이경민(육군 소장) 참모장만 여기에 포함되지 않은 배경을 놓고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 6일 이번 사태와 관련해 수방‧특전사령관 직무대리에 비(非) 육사 출신을 세웠지만 방첩사는 육사 출신을 지정했다. 이 참모장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육사 2년 후배(50기)다.
 
국방부는 당시 "육사를 최대한 배제하려 했지만 방첩사령관에 아무나 앉힐 수 없어서"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이 참모장은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방첩사 1처장을 맡고 있었다는 점에서 적절성 여부가 논란이 된다. 
 
국방부가 지난 8일 방첩사 정성우(육군 준장) 1처장과 김대우(해군 준장) 수사단장을 추가로 직무배제한 것과 비교해도 앞뒤가 맞지 않다.
 
여인형 전 사령관이 고교 선배인 김용현 전 장관과 오래 전부터 비상계엄을 준비해온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직전까지 1처장을 맡은 이 참모장의 연루 가능성도 의심되는 것이다.
 
방첩사의 장성급 직위는 사령관(중장), 참모장(소장), 1‧2처장(준장), 수사단장(준장) 등 5명이다. 이 참모장은 소장으로 진급하며 참모장에 중용됐다.
 
11일 새벽까지 길게 이어진 국회 국방위원회 현안질의에서 보여진 이 참모장의 태도도 미심쩍은 부분이 적지 않았다. 
 
그는 조국 조국혁신당 의원이 "(상부에서) 저를 포함해서 피체포 의원들을 과천 방첩사 지하 구금시설로 체포해서 넣으라고 지시했죠"라고 질문하자 "그런 사실 없다"고 부인했다.
 
조 의원이 "그런 지시가 있었다는 것은 알고 있지 않느냐. 언론 보도 안 보았느냐"고 재차 추궁해도 "언론 보도 못 봤다"고 잡아뗐다.
 
이는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의 충격적인 폭로와 조지호 전 경찰청장의 국회 증언 등을 통해 이미 잘 알려진 내용이다.
 
그는 또 조 의원이 "방첩사 안에, 구금시설이 과천 지하에 있죠"라고 묻자 "구금시설 과천에 없다"고 답했다. 그는 "(그럼 체포한 정치인들을) 어디에 수용하려고 했나"는 추가 질문에도 "저는 모른다"고 발뺌했다. 
 
하지만 구금시설의 존재는 한 직급 아래인 수사단장의 양심고백으로 곧 확인됐다. 이 참모장이 '모르쇠'를 거듭하자 오히려 직무정지 상태인 김대우 준장이 손을 들어 증언을 자청했다.
 
그는 "체포와 관련된 지시는 제가 여인형 사령관으로부터 직접 지시를 받았다"며 수방사 'B1 벙커'를 구금 장소로 검토한 사실을 공개했다. 
 
이 참모장은 결국, 조 의원이 추후 질문 때 '아까는 왜 거짓말 했느냐'는 식으로 따지자 "방첩사 구금시설 없다(는 뜻이었다)"고 답해 "말장난 하느냐"는 질타를 받았다. 
 
그는 이후 저녁 무렵에는 비상계엄 발동을 인지한 시점에 대해 "(당일) 대통령 담화 전에 기미는 알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상황이 이쯤 되자 안규백 민주당 의원은 김선호 국방부 차관(장관 직무대리)에게 "(이번 사태와 관련해 방첩사 내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아니냐"며 "그러면 배제를 해야지 왜 이분한테 직무대리를 맡기는 것이냐"고 따졌다. 
 
김 차관은 "제가 파악하지 못한 상황들이 그 이후에 계속 파악이 되고 있는데, 임무수행 계속의 적정성을 제가 다시 판단해서 조치하겠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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