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내란사태 당시 국회 출입을 통제해 내란 공범으로 지목된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이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경찰 조직 최고위직 두 명이 동시에 체포된 건 사상 초유의 일이다. '셀프수사'를 우려하는 시선 속에서 경찰이 신속하게 움직이며 엄정 수사 방침을 재확인한 것이지만, 수뇌부 체포로 치안 공백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경찰은 두 청장 체포 직후엔 대통령실 압수수색에 나서며 '내란 우두머리'로 지목된 윤석열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는 모양새다. 내란사태 이후 처음으로 이뤄지는 대통령실 강제수사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은 11일 새벽 내란 혐의로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을 긴급체포했다.
조 청장과 김 청장은 전날 오후부터 각각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청사와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10시간 넘게 조사를 받고 나서 긴급체포됐다. 이들은 현재 서울 남대문경찰서 유치장으로 이송된 상태다.
두 청장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당일인 지난 3일 경찰력을 동원, 국회의원 등의 국회 출입을 통제해 내란에 동조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국회에 제출한 세부 상황 설명을 종합하면, 김 청장은 비상계엄 선포 직후 조 청장의 '국회 주변 안전조치 강구' 지시에 따라 국회 주변에 5개 기동대를 배치했다. 김 청장은 오후 10시 46분쯤 돌발사태 발생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현장에 국회 출입통제를 지시했다가, 오후 11시 6분 국회의원과 국회 관계자에 대해선 신분 확인 후 출입하도록 조치했다.
그러나 포고령 선포 직후인 오후 11시 37분부터는 조 청장의 '국회 전면 출입 통제' 지시가 내려져 다시 현장 통제가 이뤄졌다. 경찰은 출입 통제에 항의하는 국회의원과 대치하기도 했다. 당시 현장에는 최대 32개 경찰 기동대가 배치된 것으로 파악됐다. 조 청장은 박안수 당시 계엄사령관으로부터 전화로 '국회를 통제해 줬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요청을 받고 국회 활동을 금한다는 포고령을 확인한 뒤 이 같은 지시를 내렸다고 국회 등에서 진술했다.
긴급체포는 사형·무기 또는 장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증거인멸·도주우려가 있을 때 이뤄진다. 두 청장이 해당 요건에 부합한다고 판단한 특수단은 구속영장 신청 여부도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수사기관은 긴급체포한 피의자에 대해 48시간 이내에 구속영장을 청구하거나 석방해야 한다.
특수단 출범 초기부터 '경찰이 경찰을 수사하는 셀프수사'의 한계를 우려하는 시각이 적지 않았지만, 경찰은 사태 발생 불과 8일 만에 두 청장을 체포하며 엄정 수사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특수단은 경찰 수뇌부 체포 직후인 이날 오전엔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압수수색에도 착수했다. 이번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대통령에 대한 사실상 첫 강제수사로, '내란 우두머리'로 지목된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셈이다.
내란 사태 수사에 경찰, 검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동시다발적으로 뛰어든 가운데 대통령실 압수수색은 경찰이 처음이다. 특수단은 대통령실 외에도 경찰청, 서울경찰청, 국회경비대에 대한 압수수색도 진행 중이다. 경찰청장과 서울청장 등의 집무실이 압수수색 대상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경찰청장·서울청장 체포에 따른 치안 공백 상황도 우려되는 가운데, 경찰청은 오전에 입장문을 내고 "현 상황을 엄중하게 받아들이며 국민 여러분께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경찰청장 직무대리는 이호영 차장이, 서울경찰청장 직무대리는 서울청 최현석 생활안전차장이 맡게 됐다. 내란 혐의를 받는 목현태 국회경비대장은 직무 배제됐다.
이호영 경찰청장 직무대리는 오전 9시 30분 전국 경찰지휘관 화상회의를 열어, 지휘관들에게 범죄예방‧민생 침해 범죄 단속, 겨울철 재난상황 대비 등을 논의하고 각 직무에 매진해달라고 당부했다.
최현석 서울청장 직무대리도 "서울경찰은 서울 시민의 안전에 공백이 없도록 민생 치안을 최우선으로 치안 활동에 매진해 나가겠다"고 했다.
경찰청은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선 특수단을 중심으로 한 치의 의혹도 남기지 않도록 철저히 수사해 나갈 것"이라며 "경찰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엄정하게 정치적 중립을 유지하고, 국민의 안전한 일상 확보에 빈틈이 없도록 주어진 소임을 충실히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