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립희망원에서 20여년간 강제수용 피해를 겪었던 60대 남성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10일 대구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는 대구시립희망원 강제수용 및 인권침해에 대해 공식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전봉수(65·남)씨는 "천안역에서 어떤 스님이 국밥 사준대서 갔다. 눈떠보니 (대구시립)희망원이었다. 20년 동안 가족을 못 만났다. 청춘이 아깝다. 사과받고 싶다"며 억울한 심정을 토로했다.
전씨의 소송 대리인인 강수영 변호사는 "대한민국 헌법은 대한민국 정부에 장애인을 보호할 특별한 헌법적 의무를 부과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를 역행해 20년 이상 인권침해 상태를 방기했다"며 소송 청구 취지를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이 끝나고 전씨와 강 변호사는 국가로부터 1년에 8천만 원의 손해배상금을 받은 부산형제복지원 사례를 근거로, 23년 6개월에 해당하는 18억 8천 8백만 원을 배상하라는 국가배상청구소송 소장을 대구지방법원에 제출했다.
앞서 지난 9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화위)는 대구시립희망원과 서울시립갱생원, 충남 천성원, 경기 성혜원 등 성인 부랑인 수용시설 4곳의 인권침해에 대한 진실 규명 결과를 공개했다.
진화위에 따르면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던 전씨는 1998년 11월 충남 천안역에서 놀던 중 신원미상의 스님이 국밥을 사준다는 말에 따라갔다가 차에 강제로 태워져 납치, 대구시립희망원에 강제수용됐다.
이후 전씨는 원래 64년 출생이지만 희망원에서 58년 출생으로 호적을 다시 발급받았고, 약 7명과 함께 한 방에서 생활하며 종이가방을 만드는 등 강제노역을 했다.
진화위 조사에서 전씨는 "도망을 갔다가 붙잡히면 2~3일간 독방에서 생활하는 벌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2022년 대구시립희망원 인권침해 논란이 불거지자 대구시는 자진 퇴소 희망자를 받았고, 같은해 7월 퇴소한 전씨는 대구 지역 장애인단체가 운영하는 자립주택에서 생활하다가 한 사회복지사를 통해 24년 만에 가족을 상봉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