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 등 세계적으로 극소수만 보유하고 있는 초순수(Ultra Pure Water) 생산기술이 국산화됐다. 초순수 국산화에 따라 반도체 등 최첨단 산업의 성장 계기가 마련됐다.
환경부는 국산 기술로 생산한 초순수를 반도체 제조 공정에 국내 최초로 공급하는 '초순수 국산화 실증플랜트 통수식'을 9일 경북 구미시 소재 SK실트론 구미 2공장(경북 구미 소재)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
초순수는 불순물이 거의 없는 상태의 물이다. 반도체 표면의 각종 부산물과 오염물질 등을 세척하는 데 쓰인다. 반도체 외에도 의료·바이오, 화학, 이차전지, 디스플레이 등 현대의 첨단 산업에 사용되는 필수 자원이다.
초순수 생산에는 이온물질의 농도를 1ppt(1조분의 1) 이하, 용존산소 등 물속의 기체 농도를 1ppb(10억분의 1) 이하로 만드는 고난도의 수처리 기술이 필요하다. 이같은 기술은 미국이나 일본 등 일부 국가만 보유하고 있었다.
초순수 시장 규모는 2021년 기준으로 국내 2조2천억원, 해외 28조원에 이른다. 2028년까지 국내 2조5천억원, 해외는 35조5천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환경부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2021년 4월부터 총사업비 443억4천만원을 들여 '고순도 공업용수 국산화 기술 개발 사업'을 추진해 왔다. 이 결과 이번 SK실트론의 초순수 실증플랜트를 통해 설계·시공·운영 기술 100%, 핵심 기자재 70%를 각각 국산화하는데 성공했다. 하루 최대 1200톤의 초순수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설계·시공 기술은 한성크린텍(초순수 플랜트)과 진성이앤씨(공급배관), 핵심 기자재는 삼양사(이온교환수지)와 에코셋(자외선 산화장치) 및 세프라텍(탈기막), 운영 기술은 한국수자원공사가 맡았다.
SK실트론은 이달부터 내년까지 국산 기술로 생산된 초순수를 24시간 연속 공급해 실리콘카바이드(SiC) 웨이퍼를 생산한다. 내년 사업 종료 이후에는 실증플랜트 운영이 SK실트론에 이관된다.
해외기업이 주도하던 초순수 시장에 국내기업이 진출할 발판이 마련된 이번 성과로, 반도체 뿐 아니라 첨단 산업의 경쟁력도 강화됐다. 국내 최대 반도체 웨이퍼 생산기업인 SK실트론은 국산 초순수로 만든 SiC 웨이퍼를 국내외 반도체 기업에 공급하게 됐다.
환경부는 초순수 기술 고도화를 위해 2026~2030년 추진할 후속 연구개발(R&D)을 준비 중이다. 2031년부터는 초순수 플랫폼센터를 구축해 초순수 기술개발과 인력양성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