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투표 불성립 폐기된 다음 날인 8일, 부산에서도 분노한 시민 1만 명이 운집해 '윤석열 즉각퇴진'을 촉구하며 촛불을 들었다.
이날 오후 부산진구 서면 쥬디스태화 인근에서 '윤석열 정권 퇴진 부산비상행동' 주최로 열린 집회에는 매서운 강추위에도 시민 1만 명이 몰렸다.
서면 젊음의 거리 200m가량 세로축은 일찌감치 집회에 서둘러온 시민들로 가득 찼고, 가로로 연결되는 이면도로에도 '윤석열 즉각체포' 플래카드와 피켓을 든 시민들이 빽빽하게 자리를 지켰다.
이날 부산의 최저기온이 0도까지 떨어져 강추위가 기승을 부렸지만, 시민들은 패딩과 목도리, 털모자, 손난로로 중무장하고 집회에 나섰다.
10대 자녀와 함께 나온 가족, 친구들과 함께 나온 청소년,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까지 집회 참여자들의 연령대는 다양했다.
집회 중간중간 시민들은 미리 준비해 온 과자나 사탕 등을 다른 참가자들에게 나눠주는 모습도 쉽게 목격됐다.
집회에는 10~20대 MZ, 젠지 세대들이 대거 참석해 집회 열기를 더 뜨겁게 만들었다. 청소년들은 자신이 응원하는 아이돌의 응원봉에 '탄핵, 체포' 등 글귀를 그려 넣기도 했다. 프로야구 롯데자이언츠 응원봉 등도 등장해 집회 열기를 더했다.
참가자들은 캐럴 등을 개사해 "윤석열 즉각퇴진, 김건희 구속수사, 국민의힘 해체해야 메리크리스마스"를 외치며 서로 지치지 말자고 독려했다.
특히, 이날 자유발언에는 대부분 10대들이 무대에 올라 차분하고, 조리 있게 발언을 이어가 큰 박수를 받았다.
부산에서 18년을 줄곧 살아왔다는 고등학교 여학생은 "교과서에서만 보던 비상계엄령이 책 밖으로 튀어나왔다. 역사의 한 가운데 서 있다. 어머니에게 이게 뭐야 저게 뭐야 묻던 어린아이는 이제 없다. 그 아이는 이제 정부에게 당신들이 말하는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묻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은 "12월 3일, 전 국민이 공포에 떨던 3시간 동안 대통령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나? 학생들이 일찌감치 배운 삼권분립을 다시 공부하라"며 이어 "국민의 힘 한동훈 당대표가 말한 질서 있는 퇴진이 무엇이냐? 역사의 배신자가 되지 말라"며 국민의 힘의 탄핵소추안 표결 참여를 촉구했다.
또 다른 고등학생은 "가지각색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의 응원봉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는 것을 보니 이것이야말로 민주주의가 아닌가 싶다. 프로야구 롯데자이언츠 우승보다 비상계엄령을 먼저 볼 줄 몰랐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며 "윤석열 즉각 퇴진, 국민의힘 해체를 촉구하는 민의를 거스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집밖에 거의 나가는 일이 없다는 또 다른 16살 청소년은 "공부해야 할 학생, 장사를 해야 할 소상공인, 추위가 힘든 어르신들이 '윤석열 퇴진'을 촉구하러 한자리에 모였다. 집 밖을 나가지 않는 저 조차 촛불을 들게 만든 것은 이 정권에 대한 분노 때문"이라며 "국민이 든 촛불은 횃불이 될 것이다. 청소년들도 침묵하지 말고 촛불을 들자"고 말했다.
그밖에 연단에 오른 자유발언자들은 민생, 정치, 외교, 경제, 교육, 의료, 과학 등 윤 정권의 실정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탄핵을 촉구하는 국민의 목소리를 엄중히 받아들일 것을 촉구했다.
또, 전날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불성립에 대한 책임을 촉구하며 부산지역 국민의힘 국회의원 17명의 이름을 외치며 엄중한 민심의 경고를 받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집회 참가자들은 이후 두그룹으로 나눠 '윤석열 즉각퇴진'을 외치며 부산진구 서면, 동천로 일대를 행진했다.
집회 주최 측은 윤석열 정권 퇴진을 촉구하며 평일은 오후 7시, 주말은 오후 5시 서면 일대에서 매일 집회를 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