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내란죄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그러나 또 다른 핵심 인물인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에 대한 수사는 시작조차 되지 않았다.
검찰, 경찰(국수본), 공수처가 경쟁적으로 수사에 뛰어든 상황을 감안하면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김 전 장관의 고교 후배인 여 사령관은 지금까지의 정황만으로도 계엄 사태의 주축임이 드러났다. 그럼에도 '현행범'의 증거 인멸‧은폐가 며칠째 방조되고 있는 심각한 상황이다.
물론 국방부는 지난 6일 여 사령관을 포함해 이번 사태에 직접 개입한 수방‧특전‧방첩사령관 3명의 직무를 정지시켰다. 하지만 비상계엄이 해제(4일 새벽)된 지 48시간 이상 지난 시점이었다.
그는 서울 용산의 국군복지단에 분리파견 식으로 대기 조치됐지만 활동에 별 제약이 없는 상태다. 지난 7일에는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무고함을 주장했고, 조태용 국가정보원장을 보자 웃으며 인사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국방부는 8일 방첩사 핵심 간부 2명을 추가로 직무정지했다. 1처장인 정성우 육군 준장(진)과 수사단장인 김대우 해군 준장이다.
이는 "이번 기회에 다 잡아들여 싹 다 정리"라는 홍장원 국정원 1차장의 폭로(6일)와 관련이 깊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후 내린 지시라는 이 증언은 국회 앞 '촛불'이 폭발한 결정적 계기였다.
홍 차장은 특히 여 사령관이 체포 대상 정치인 명단을 불러주며 이들을 검거해 방첩사 지하 벙커에 구금해 조사할 예정이라고 했다는 충격적 증언도 했다.
따라서 이런 임무와 직결된 방첩사 1처장과 수사단장 직무정지는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물론 일방적 주장과 의혹만 가지고 직무정지 조치를 내릴 순 없다.
그러나 '항명'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의 경우는 당시 해병 사령관이 직권으로 보직해임했다. 직무정지 이상의 조치를 내린 것이다. 당시 군 내에서 절차상 문제를 제기한 사람은 없었다.
국방부는 보직해임은 보직해임심의위원회를 열어야 하는 등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신속한 직무정지를 택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박 전 단장 사례를 보면 앞뒤가 맞지 않는 설명이다.
여 사령관의 직무대행으로 이경민 참모장(육군 소장)이 지정된 것도 의혹을 살 만하다. 수방사와 특전사령관 직무대행은 비(非) 육사 출신인 반면 이 참모장은 여 사령관의 육사 2년 후배(50기)이다.
국방부는 "육사를 최대한 배제하려 했지만 방첩사령관에 아무나 앉힐 수 없어서"였다고 했다. 그러나 이 참모장은 불과 한 달 전까지 방첩사 1처장을 맡고 있었다는 점에서 직무대행으로서 적절성이 의문이다.
이번 사태는 국회를 무력 장악하고 주요 정치인을 체포‧감금하려 한 엄청난 국가 반역적 사건이다. 극소수 인력이 단시일 내에 기획했다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다.
계엄군 사령관조차 사전에 알지 못한 사실상의 친위 쿠데타를 실행한 이면에는 실질적 배후세력이 따로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합리적 추론이다. 사실이라면 군 지휘체계를 농락한 또 다른 비선 사조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