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치안감이 이번 비상계엄과 관련해 "자유대한민국을 이야기하면서 어떻게 그런 폭력적 발상을 할 수 있는지, 한순간에 대한민국을 후진국으로 만들어버렸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배대희 충남경찰청장은 6일 오전 경찰 내부망에 "절차와 내용, 실질에 있어 동의할 수 없는 이상한 비상계엄에 경찰이 involve(연루)됨으로써 '경찰이 무언가 국가비상상황을 획책하였다는 의심'을 들게 한 이 상황이 더럽게 기분 나쁘다"는 내용의 글을 게시하며 이 같이 밝혔다.
배대희 청장은 "과거 경찰을 비롯한 국가권력기관은 국가가 아니라 정권을 지탱하는 도구로 쓰이면서 불법적인 비법적인 나쁜 짓을 많이 했고 뼈를 깎는 노력으로 이제 국민의 경찰로 정착돼가는 듯한 모습인데, 초유의 황당한 비상계엄으로 인해 수십 년간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듯한 모습에 자괴감이 들고 무기력한 날들"이라고 밝혔다.
배 청장은 "비상계엄 발령에 처음에 든 생각은 '깜놀', 그 다음 느낌은 '황당', 그 다음 든 느낌은 '이건 아닌 것 같은데'였다"고 전했다. "국회에 의한 관료탄핵과 예산삭감으로 인한 행정부 마비가 비상계엄의 선포 사유가 되는지, 또 포고령 제1호를 보며 국회와 정당의 정치활동을 금지할 수 있는지, 위헌·위법인 포고령이 아닌지… 하루가 또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지나갔고 지금 제 가슴과 머릿속에는 자괴감과 수치심으로 가득 차있다"고 토로했다.
배 청장은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위한 근거로 '자유', '자유대한민국의 영속성'이 나옴으로써 자유와 법치가 오염된 것 같아 마찬가지로 더럽게 기분 나쁘다"며 "자유대한민국을 이야기하면서 어떻게 그런 폭력적 발상을 할 수 있는지, 한순간에 대한민국을 후진국으로 만들어버렸다"고도 비판했다.
아울러 "경찰은 '정치적 중립성'이 중요하다. 하지만 위헌·위법에 대해 중립성을 이유로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 것은, 그 자체로 오히려 중립성을 포기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위헌·위법에 대해서 위헌·위법이라고 말하는 것이 법치주의적 관점에서도, 경찰의 중립성 입장에서도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