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 임금근로 일자리 증가폭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코로나19 이후 반등했던 도소매업과 운수창고업 등에서 일자리가 크게 감소한 가운데, 20대 일자리는 사상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통계청이 6일 발표한 '2023년 일자리행정통계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일자리는 2666만 개로 전년대비 20만 개(0.8%) 증가했다.
'일자리'는 노동자가 점유한 고용위치를 의미해 '취업자'와 다른 개념이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이 주중에 회사를 다니면서 주말이나 퇴근 후 다른 일자리를 하는 'N잡러'라면, 취업자는 1명이지만 일자리는 2개 이상으로 계산된다.
20만 개 증가폭은 관련 통계 집계 이래 가장 낮은 증가폭으로, 앞서 2018년 25만 5천 개 증가 기록을 경신한 결과다.
임금근로 일자리 증가폭을 분기별로 보면 2022년 1분기(75만 2천 개)에 정점을 찍은 이후 지난해 4/4분기까지 7개 분기 연속 감소한 바 있다.
전년과 동일한 노동자가 점유한 지속일자리는 2064만 개(77.4%), 퇴직·이직으로 근로자가 대체된 일자리는 304만 개(11.4%)였다.
또 기업체생성 또는 사업 확장으로 생긴 신규일자리는 298만 개(11.2%)이고, 기업소멸 또는 사업축소로 사라진 소멸일자리는 277만 개였다.
이처럼 일자리 증가폭이 크게 감소한 이유로는 우선 행정자료의 변동 효과를 꼽을 수 있다.
2022년 6월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이 개정되면서 특수고용노동자(특수형태근로종사자, 특고)의 일자리를 파악할 때 활용하는 '산재보험 입·이직 신고 대상 직종이 줄어들면서 통계에 잡히는 일자리가 축소됐다. 특히 금융·보험(-6만 개)과 운수·창고(-5만 개), 도소매(-4만 개)에서 감소폭이 컸다.
이를 토대로 위 3개 업종 자체의 감소폭도 다른 업종보다 훨씬 컸다. 산업별로 일자리 증감을 살펴보면 금융·보험(-6만 개)와 운수·창고(-5만 개), 도소매(-4만 개) 등이 일자리가 감소한 업종 중 상위권을 차지했다. 특히 운수·창고의 경우 육상운송 및 파이프라인 운송업에서만 일자리 5만 1천 개가 감소했다.
금융·보험의 경우 온라인 서비스가 확대되면서 신규 채용이 감소했던 추세가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반면 도소매업의 경우 전년에는 10만 7천 개, 운수·창고업은 7만 9천 개 증가했던 것에 비하면 낙폭이 매우 크다.
이에 대해 통계청 김지은 행정통계과장은 "도소매업의 경우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면서 반등하던 증가세가 둔화된 영향이 크다"며 "특히 코로나19 전후로 신규 창업한 소규모 자영업자가 많았는데, 지난해 도소매 업종의 온라인 자영업자들이 많이 폐업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운수·창고업에 대해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고용 상황이 개선돼 올해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데, 지난해 통계에는 반영되지 않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외에도 일자리 비중이 가장 높은 제조업(513만 개, 19.2%)은 6만 개 증가했고, 그 다음으로 비중이 높은 보건‧사회복지(264만 개, 9.9%)에서는 10만 개 늘어 증가폭이 가장 컸다.
다만 건설업 일자리는 3만 4천 개 늘었지만 업계가 위축된 영향으로 전년(7만 8천 개)의 절반도 못 미치는 수준에 머물렀다.
이러한 업종 변화에 따라 20대와 40대의 일자리가 크게 줄었다. 우선 연령별로 살펴보면 50대가 점유한 일자리가 637만 개(23.9%)로 가장 많고, 40대 620만 개(23.2%), 30대 529만 개(19.8%) 순으로 뒤를 이었다.
그런데 전년과 비교하면 20대 일자리는 8만 개 감소해 역대 처음으로 감소했다. 40대 일자리도 11만 개나 감소했고, 19세 미만 역시 4천 개 줄었다.
그나마 증가한 연령대도 60세 이상(38만 개)에서 크게 늘었을 뿐 50대(2만 개), 30대(1만 개)의 증가폭은 낮은 수준에 그쳤다.
김 과장은 "기본적으로 저출생 인구효과가 있지만, 20대 이하는 주로 아르바이트 형태로 도소매업에서 많이 일하는데, 해당 업종의 일자리가 크게 줄어든 영향이 크다"며 "40대의 경우 이들이 주로 종사하는 건설업, 도소매, 금융·보험 업종의 일자리가 감소하거나 증가폭이 둔화됐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기업 규모로 살펴보면 영리기업 중 대기업 일자리가 441만 개(16.5%)로 전년보다 4만 개 줄었다. 대기업 일자리가 감소한 일은 2017년 2천 개 감소한 이후 처음이다.
반면 중소기업 일자리는 1654만 개(62.1%)로 15만 개 늘었고, 비영리기업에서는 9만 개 늘어나 570만 개(21.4%) 일자리를 제공했다.
기업체 종사자 규모로 살펴보면 50인 미만 기업체에서 1만 개 줄었는데, 특히 5인 미만에서만 21만 개나 감소했다.
또 50~300명 미만 기업체에서는 15만 개, 300명 이상 기업체에서는 6만 개씩 일자리가 늘었지만 1천 명 이상 기업체 일자리만은 2만 개 줄었다.
김 과장은 "도소매 업종 특성상 아주 작은 사업장이거나, 대기업이 운영하는 유통업체로 양분화되었는데 해당 업종의 일자리가 감소한 영향이 커보인다"며 "금융·보험업도 대기업들로 이뤄진 업종인 점도 영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성별로 보면 남자들이 점유한 일자리는 1506만 개(56.5%)로 여자 일자리 1159만 개(43.5%)의 1.3배에 달했다. 다만 전년대비로는 남자 7만 개(0.5%), 여자 13만 개(1.1%)로 여자 일자리 증가폭이 2배 가까이 컸다.
남자는 회사법인(66.5%), 개인기업체(52.9%), 여자는 정부·비법인단체(61.6%), 회사이외 법인(58.7%) 일자리를 많이 점유했다. 또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남자(각각 64.4%, 60.2%), 비영리기업은 여자(60.4%)가 많이 점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