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자동차 등의 수출 호조에 힘입어 경상수지가 여섯 달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한국은행이 6일 발표한 '10월 국제수지(잠정)' 통계에 따르면 지난 10월 경상수지는 97억8천만달러(약 13조8500억원) 흑자로 집계됐다.
지난 5월(89억2천만달러)부터 6개월 연속 흑자로, 9월보다는 적지만 매년 10월과 비교하면 역대 3위 기록이다.
1~10월 누적 경상수지는 742억4천만달러 흑자로, 전년 같은 기간(241억8천만달러)보다 500억6천만달러 증가했다.
10월 경상수지를 항목별로 보면, 상품수지(81억2천만달러)가 지난해 4월 이후 열아홉 달 연속 흑자를 유지했다. 흑자 규모는 9월(104억9천만달러)보다 23억7천만달러 줄었다.
수출(600억8천만달러)은 1년 전보다 4.0% 증가하며, 열 세 달째 증가세를 이어갔다. 품목 중에서는 통관 기준 반도체(39.8%)·철강제품(6.8%)·승용차(5.2%)·정보통신기기(5.2%)가 늘었지만, 석유제품(-34.5%)·기계류 및 정밀기기(-4.2%) 등은 줄었다. 지역별로는 중국(10.8%)·동남아(7.7%)·EU(5.7%)·미국(3.4%) 등으로의 수출이 호조를 보였다.
수입(519억6천만달러)은 0.7% 감소했다. 원유(-17.9%)·석유제품(-13.3%)·석탄(-9.5%)·화학공업제품(-6.7%) 등 원자재 수입이 4.7% 줄었다. 반도체 제조장비(48.6%)·반도체(18.2%)·정밀기기(3.3%) 등 자본재 수입은 7.5% 증가했고, 소비재 수입도 8.8% 늘었다.
서비스수지는 17억3천만달러 적자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달(-12억8천만달러)과 비교해 적자 규모가 커졌다.서비스수지 가운데 여행수지는 4억8천만달러 적자였다. 여행 수입이 늘면서 적자 규모가 9월(-9억4천만달러)보다는 줄었다. 본원소득수지는 34억5천만달러 흑자로 9월(30억9천만달러)보다 늘었다.
금융계정 순자산(자산-부채)은 129억8천만달러 증가했다.
직접투자는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2억8천만달러, 외국인의 국내 투자가 22억5천만달러 각각 늘었다. 증권투자의 경우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채권 위주로 29억1천만달러 증가하고, 외국인의 국내 투자도 채권 중심으로 12억달러 늘었다.
송재창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올해 경상수지 전망치 900억달러 달성 가능성에 대해 "10월까지 누적 흑자가 742억달러인데, 11월 통관 기준 수출입 수치 등으로 미뤄 연간 전망치에 부합하는 흑자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2기 정부' 영향에 대해서는 "관세, 감세, 이민 정책 등이 경상수지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글로벌 무역 갈등과 교역 위축 관련 불확실성이 예상된다"며 "실제로 어떤 정책 어떤 속도, 강도로 실행될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송 부장은 계엄 사태의 파장과 관련해 "경상수지 측면에서는 기본적으로 대외 여건, 수출 경기, 대외 정책 변화 등에 영향을 받는 게 큰 흐름"이라며 "지금까지는 이번 정치 이벤트가 이런 큰 흐름을 바꿀 정도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