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최태원 회장에게 '한국의 젠슨 황'이라는 별칭을 안겨준 SK하이닉스의 '성공DNA'를 그룹 전반에 확산시키기에 나선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기술 및 제조 역량을 극대화하고 SK하이닉스 인사들은 계열사 전반으로 자리를 옮겨 각사 기술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
SK그룹은 5일 이런 내용을 담은 2025년 임원 인사 및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그룹 전반적인 인사는 승진 최소화와 조직 슬림화 등에 초점에 맞춰졌지만 연일 '역대 최대 실적'을 새로 쓰고 있는 SK하이닉스에선 SK그룹 전체 신규 선임 임원 중 절반 가까이가 배출됐다.
SK그룹은 이번 인사에서 총 75명의 신규 임원이 선임됐다고 밝혔는데 이 중 절반에 가까운 33명은 SK하이닉스에서 나왔다.
최연소 신규 임원도 SK하이닉스에서 탄생했다. SK하이닉스 HBM(고대역폭메모리) 최준용 사업담당은 1982년생으로 최연수 신규 선임 임원으로 기록됐다.
SK하이닉스 출신 인사들은 계열사 곳곳에 포진되기도 했다.
SK온은 SK하이닉스 출신 이석희 CEO에 이어, 이번에 피승호 SK실트론 제조/개발본부장을 제조총괄로 선임했다. 피승호 총괄은 SK하이닉스 미래기술연구원 R&D 실장 등을 담당하며 해외에 의존하던 기능성 웨이퍼의 자체 개발을 주도해 소재부품의 국산화를 이끈 바 있다.
SK그룹은 "SK실트론과 SK(주) C&C 등에도 SK하이닉스 출신 임원들을 전환 배치해 '혁신 DNA'를 이식한다"고 전했다.
다만 이번 인사에서 곽노정 사장의 부회장 승진은 불발됐다. SK하이닉스의 호실적을 이끌었다는 점에서 신규 부회장이 탄생한다면 곽 사장이 '1순위'로 꼽히겠지만, 재계 전반에 부회장단을 최소화하는 분위기와 경영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 그룹 전반적으로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점 등이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CXO연구소 오일선 소장은 "필드형 임원들을 전진 배치한 것이 특징"이라며 "기술로 승부를 보겠다는 SK그룹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