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의원들이 야밤에 즉시 모일 수 있었던 비결은?

尹대통령 계엄 선포 2시간여 만에 '해제 요구안' 속전속결 처리
지난 8월 민주당 김민석 최고 "계엄령 준비 작전 확신"
평일이라 서울에 남아있었던 의원들…군·경찰 동요 가능성도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의원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국회가 윤석열 대통령이 선포한 계엄령을 신속히 해제하는 데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사전 예측과 보좌진들의 적극적인 대처 등이 큰 역할을 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8월 김민석 최고 "계엄령 준비 작전 확신"



4일 오전 1시 국회의원 재석 190명 중 전원 찬성으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가결됐다. 윤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한 지 2시간 35분 만에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우원식 국회의장을 비롯해 민주당 의원 154명이 신속히 국회 본회의장으로 집결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실제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지난 8월부터 현 정권의 계엄 시도 의혹을 제기해왔다.
 
민주당 김민석 최고위원은 지난 8월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당시 김용현 대통령경호처장을 국방부 장관에 내정한 것을 언급하며 "차지철 스타일의 야당 '입틀막' 국방부 장관으로의 갑작스러운 교체는 국지전과 북풍(北風) 조성을 염두에 둔 계엄령 준비 작전이라는 것이 저의 근거 있는 확신"이라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어 "(윤석열 정권은) 탄핵 국면에 대비한 계엄령 빌드업 불장난을 포기하기를 바란다"며 "계엄령 준비 시도를 반드시 무산시키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같은 의혹을 제기했고, 이에 대통령실은 지난 9월 2일 정혜전 대변인의 브리핑을 통해 '계엄 준비 의혹'을 "괴담 선동"으로 규정하고 이 대표를 향해 "무책임한 선동이 아니라면 당대표직을 걸고 말하시라"고 반발하기도 했다.
 
그럴수록 김 최고위원은 더 강하게 '계엄 의혹'을 추궁하고 나섰고 급기야 지난 9월 20일에는 정부가 계엄을 선포할 때 국회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내용의 계엄법 개정안도 발의했다.
 
민주당이 발 빠르게 대처할 수 있었던 데는 육군 대장 출신 민주당 김병주 최고위원의 예측도 큰 역할을 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CBS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구조가 만들어지면 언제든지 '궁지에 몰림'을 할 수 있는 것"이라며 "구조라는 것이 계엄을 건의할 수 있는 사람이 행안부 장관과 국방부 장관인데, 두 명 다 (윤 대통령과 같은) 충암고 출신"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그런 경우 이제 합리적인 판단을 한다든가 중간에 누군가가 브레이크를 걸어주는 사람이 없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일단 그 구조가 가장 큰 위험이었다"며 "궁지에 몰리면 계엄 발의는 쉽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평일이라 서울에 있던 의원들…군·경찰 동요?

계엄이 선포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 군인들이 진입한 가운데 본회의장으로의 군인 출입을 막기 위해 관계자들이 바리케이트를 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윤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한 시점이 '평일 밤'이었던 점도 민주당 의원들이 속히 국회로 집결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관계자는 "평일 저녁이다 보니 의원들이 지역에 내려가지 않고 국회 인근에 남아있던 탓에 속히 국회에 모일 수 있었다. 결코 계엄 사실을 먼저 안 것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군과 경찰의 일관되지 않은 대응도 비상계엄을 무너뜨린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실제 정예부대인 계엄군은 국회 진입 시 보좌진의 '소화기 저항' 등에 막히는 등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현장에 있던) 젊은 경찰관들, 기동대 경찰관들이 굉장히 동요를 하더라"면서 "지휘관 같은 경우에는 '계속 여기 막아야 됩니다' 이렇게 얘기했지만 그 옆에 있는 젊은 경찰관들 같은 경우에는 '국회의원이면 들여보내야 하는 거 아닙니까?'라고 현장에서 또 얘기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일사불란하다는 그런 느낌보다는 그 안에서 상당한 동요가 있었다는 게 보였다"고 말했다.
 
민주당 박주민 의원도 CBS 라디오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계엄사령부는) 군 병력이 빠른 시간 내에 국회를 제압해서 해산 시도를 못 하게 하고 차츰 단계적으로 확대하려고 했던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면서 "군이 좀 더 빨리 움직였으면 국회가 장악되면서 1시간 55분 만에 끝나는 상황이 아니라 굉장히 지속해서 계엄이 이어지는 상황도 만들어질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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