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계엄'에 시도지사들 당혹…계엄 반대엔 여야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3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 출입문을 경찰이 통제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간밤의 비상계엄 발동으로 행안부로부터 청사 폐쇄 명령이 떨어지자 서울시를 비롯한 광역지지체장들은 긴급 간부회의를 소집하고 대책을 논의하는 등 분주한 모습이었다. 상당수 지자체장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계엄 반대 목소리를 잇따라 냈으나, 일부 지자체장들은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가장 먼저 공식적으로 계엄반대 목소리를 낸 것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김동연 경기도지사였다. 3일 밤 11시 40분 쯤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대한민국을 45년 전으로 돌린 폭거, 비상계엄 해제하라"를 글을 올렸다. 긴급 간부회의를 소집하고 행안부의 청사 폐지 요청에도 불응했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계엄선포 직후 긴급 간부회의를 소집한데 이어, 시민사회 대표, 종교단체 등과 함께 비상계엄 무효를 위한 연석회의까지 열고 윤 대통령을 규탄했다. 김영록 전남지사, 김관영 전북지사, 오영훈 제주지사도 잇따라 계엄령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냈다.
 
국민의힘 지자체장 가운데서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가장 먼저 계엄반대 입장을 냈다. 3일 밤 11시쯤 급히 서울시청 집무실에 도착한 오 시장은 행정1,2부시장과 정무부시장, 대변인 등 시장단을 소집해 회의한 직후인 4일 밤 0시 20분쯤 "계엄에 반대한다"는 입장문을 냈다.
 
오 시장은 "계엄에 반대한다. 계엄은 철회되어야 한다"며 "시장으로서 시민의 일상을 지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오 시장도 비상계엄에 대해 대통령실로부터 사전에 통보를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4일로 예정됐던 인도·말레이시아 출장도 결국 취소했다.
 

박형준 부산시장도 이날 새벽 입장문을 통해 "비상계엄은 즉각 철회되어야 한다…어떤 경우에도 폭력이 있어서는 안되며 국민의 삶에 어떤 불편과 불안도 초래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김태흠 충남지사, 박완수 경남지사도 계엄해제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냈다.
 
반면 유정복 인천시장은 계엄령 선포 직후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지역 안전과 시민들의 생업에 지장이 없도록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지시했으나 청사 폐지 조치를 취해, 경기도와는 대조를 보였다. 울산시도 청사 출입구마다 청원경찰을 배치해 일반인 출입을 통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영환 충북지사, 김진태 강원지사는 긴급 간부회의를 소집했으나 직접적으로 계엄해제를 요구하지는 않았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계엄 반대 입장을 따로 내지는 않았고,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충정은 이해하지만 경솔한 한밤중의 해프닝"이라며 "꼭 그런 방법 밖에 없었는지 유감"이라고 생각을 밝혔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이날 오전 담화문을 통해 "지난밤 비상계엄 선포로 시작된 혼란스러운 상황에 많이 놀라고 불안하셨을텐데 계엄이 해제돼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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