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정국을 강타했지만 국회가 불과 2시간 만에 해제 결의안을 통과시키면서 무위에 그쳤다.
헌정질서 파행 위기는 모면했지만, 국내외적인 충격은 물론 비상계엄 선포 과정에서의 절차적 하자 등이 거론되면서 거대한 후폭풍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국회는 4일 새벽 본회의를 열어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재석 190명, 찬성 190명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국민의힘 소속 친한동훈계 의원 18명도 전원 동조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가결 직후 "국회 의결에 따라 대통령은 즉시 비상계엄을 해제해야 한다. 이제 비상계엄 선포는 무효"라며 "국민 여러분께서는 안심하시기를 바란다. 국회는 국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지키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윤석열 대통령은 헌법 77조 5항(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때에는 대통령은 이를 해제하여야 한다)을 이행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2시 현재 계엄 해제를 선포하지 않았지만 시간의 문제일 뿐이다.
윤 대통령으로선 승부수처럼 던진 비상계엄이 사실상 '2시간 천하'로 끝나면서 엄청난 후폭풍에 직면하게 됐다.
헌정사상 비상계엄 발동은 10번째이며, 1979년 박정희 대통령 시해 사건인 10.26 사태 이후 무려 45년여 만이다.
외신도 선진 민주주의 국가로 확고히 자리매김 한 한국에서 벌어진 비상계엄 사태에 충격적이라는 반응과 함께 비상한 관심을 쏟고 있다.
이번 계엄 선포는 발령 요건과 절차 등에서 위법적 요인이 다수 포착된다.
계엄법은 비상계엄 요건을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시 적과 교전 상태에 있거나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되어 행정 및 사법 기능의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 군사상 필요에 따르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2조 2항)라고 규정했다.
또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거나 변경하고자 할 때에는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2조 5항)고 명시했다.
현 국내 상황이 과연 비상계엄을 선포할 만한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지배적인 가운데, 국무회의 심의 절차를 거쳤는지도 물음표가 찍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계엄 해제 결의안 통과 후 "헌법과 계엄법이 정한 비상계엄 선포의 실질적 요건을 전혀 갖추지 않은 불법, 위헌"이라고 비판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국회 결정으로 지난밤 있었던 위헌, 위법 계엄 선포는 효과를 상실했다"고 밝혔고, 김형준 부산시장 등 일부 여권 인사들도 "비상계엄 즉각 철회"를 요구했다.
비상계엄 선포와 실제 포고령 발동 간의 시차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윤 대통령은 3일 오후 10시 30분 긴급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했지만 계엄사령부의 포고령(제1호)이 발표된 것은 30분 뒤인 오후 11시였다.
포고령은 일체의 정치활동 금지와 언론‧출판에 대한 통제, 집회 등의 금지, 의료인의 본업 복귀 등을 명령하고 위반시 영장없이 체포‧구금하고 계엄법 14조에 의해 처단한다고 했다.
이에 따라 계엄사령부(사령관: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임무와 직결된 국방부‧합참 건물 내 출입기자실은 한때 퇴거 및 폐쇄 명령이 내려져 기자들의 격렬한 반발에 부딪혔다.
극히 엄중한 비상계엄 상황을 감안하면 30분의 시간적 공백도 국가 안보와 안위에 치명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번 비상계엄은 여야 국회의원들의 국회의사당 출입이라는 정상적 의정 활동마저 봉쇄했다는 점에서 심각한 헌정질서 파괴라는 비판도 피할 수 없게 됐다.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페이스북 글에 "의원들의 국회출입 막거나, 회의 소집 막으면 그 자체 내란범죄 성립(5.18재판, "헌법국가기관의 권능행사 불가능케" 하면 내란죄 해당)"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