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여러분, 세상과 어울리고 배우며 삶의 행복 느끼세요"

[고령장애친화도시만들기=시인 한복섭]
"어린 시절 아버지가 놔둔 신문 읽으며 한글 스스로 터득 글쓰기 시작"
"1971년 '샘터' 시부문 등단 이후 시인·수필가 왕성한 활동 펼쳐"
"말 한마디가 용기 주듯 자기 자신 일으키는 게 시의 매력"
"산전수전 다 겪어…오직 글 쓰는 일 제일 행복하고 즐거워"
"집 안 장애인들 용기 내 집밖 나서 도전하고 많은 걸 누리길"

시인 한복섭

◇박혜진> 고령장애친화도시만들기 오늘은 시인이자 수필가로 활동하고 있는 한복섭 씨를 만나보겠습니다. 시와 수필은 언제부터 쓰게 되셨습니까?

◆한복섭> 저는 태어날 때부터 이런 몸으로 태어났습니다. 학교도 다닐 수가 없었고 집안에서만 지냈어요. 저희 선친이 제주도 초대 도의원이었거든요. 그런 가문의 집안에서 자라다 보니까 저는 학교를 못 다녔어요.

아버님이 좀 배우신 분이었는데 방송에서 이런 말씀 한다는 게 좀 그렇습니다마는 저를 집에 가둬 뒀어요. 그래서 어릴 적부터 혼자 글을 썼고요. 아버지가 신문을 보고 방 안에 놔두면 제가 그걸 보고 뒤적뒤적하면서 글을 터득했습니다.

집안이 그렇다 해도 누구 한 사람 저를 곁에 앉혀서 가르쳐주지 않았어요. 당시에는 먹고 살기 위해서 서로가 그랬던 것 같아요. 1971년 샘터 잡지사에 시를 한번 써서 냈어요.
 
아버지가 돌아가신 무덤을 연상하면서 썼는데 그것이 당선되면서 용기를 갖고 마음을 다잡아서 글을 쓰게 되었죠.

◇박혜진> 시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한복섭> 장애를 떠나서 자기의 어떤 삶을 추구하고 자기 자신을 일으키는 힘이 있어요. 사람에게 말 한마디가 용기를 주고 그러잖아요. 시도 그와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시의 매력이 그거죠. 시를 언제나 마음에 품고 다니면서 용기 내 힘차게 나아갈 수 있습니다.
 


◇박혜진> 서예 실력도 뛰어나시다구요.

◆한복섭> 저는 앞만 보고 걸어왔지 뒤처지는 생각은 하기가 싫어요. 젊었을 때 사업도 해보면서 뒹굴어도 보고 넘어져도 보고 다 했어요. 한마디로 산전수전 다 겪었으니까 오직 글 쓰는 일만이 제일 행복하고 즐겁고 나를 사랑하고 그것이 애국하는 길이라고 생각해요.  

◇박혜진> 여전히 집 밖으로 나오기도 두려워하는 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한복섭> 지금 시대가 어느 시대입니까? 장애인 일을 하다 보면 집에 갇혀 있는 것처럼 있는 분들이 있어요. 안 돼요. 나와야 돼요. 집안에서 보호하는 부모님들이 밖에 나가면 수치스럽다고 할까봐 생각하는 분들 계시는데 그런 염려 놓으시고 나와야 됩니다.
 
탐라장애인종합복지관을 비롯해 각 협회들, 춘강 등 여러 곳이 있는만큼 용기를 내시고 많은 걸 누릴 수 있도록 집을 나서서 도전하라고 전하고 싶어요.  

◇박혜진> 제주 사회에서 장애인들을 위해서 개선됐으면 좋겠다 하는 점도 있으시죠.  

◆한복섭> 제주 사회에 아직도 턱들이 걸리는 게 있어요. 예를 들어 장애인들과 식사후 차라도 마시러 가면 여전히 턱들이 높아요. 지금 짓는 건물도 그렇더라구요. 휠체어가 다니기에 턱이 너무 높아요. 턱을 낮추면 비장애인도 다 이용할 수도 있고 임산부, 노인 할 것도 없이 다 좋은데 왜 그런 거 안 해주는지 행정에서 조금 더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어요.
 
◇박혜진>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씀 있으시면 해주시죠.  

◆한복섭> 제주도내 장애인 여러분 힘을 내고 용기 잃지 마시고 밖으로 나와서 사람들과 어울리고 배우고 싶은 것들도 맘껏 배우시면서 삶의 행복을 느끼실 겁니다. 그렇게 힘 있게 세상을 이겨내면서 살아가길 바랍니다.  

비장애인들은 나이가 들면 누구나 다 장애인이 됩니다. 너나 할 것 없이 더불어 가는 세상 아닙니까? 서로 돕고 의지하고 도우며 살아가야 합니다. 장애인들을 여러분이 잘 보듬어 주시고 사랑해 주시기 바랍니다.
한복섭 서예작품 <시편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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