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구례군의 상징적 다리인 '서시교'가 철거와 존치의 갈림길에 섰습니다. 영산강유역환경청(이하 영산강유역청)이 추진 중인 하천기본계획 재검토가 논의되면서, 서시교의 운명을 결정지을 중요한 실마리가 될 전망입니다.
지리산을 배경으로 구례읍과 면 지역을 연결하며 섬진강과 지리산을 잇는 서시교는 지역 교통의 핵심 역할을 해왔습니다. 연간 2만 5천여 명이 통행하는 이 교량은 지역 내 경제 활성화와 교류에도 중요한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2020년 구례 홍수의 원인으로 서시교가 지목되면서 철거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익산국토관리청(이하 익산청)은 홍수 예방을 위해 서시교를 철거하거나 다리 높이를 3.1m 올리는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지난 21일 구례에서 열린 주민 설명회에서 △서시교 철거 및 재건축 △높이 변경 및 인근 서시1교로 우회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습니다. 익산청은 현재 서시교의 높이가 법적 홍수위 기준에 미치지 못하고, 하천기본계획에도 부합하지 않아 개축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주민들은 "서시교는 죄가 없다"며 철거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습니다.
올해 2월부터 서시교 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주민들은 존치 운동에 본격 돌입했습니다. 이들은 서명운동. 천 원 모금 운동와 함께 세 차례 토론회를 개최한 바 있습니다. 103일 간 서시천 앞에서 피켓 운동을 펼쳤습니다.
대책위는 2020년 홍수의 원인이 서시교가 아니라 서시천 둑이 무너지면서 물이 범람했다고 주장합니다. 서시교가 홍수 원인이 아니었다는 근거로는 환경부가 발표한 수해 원인 결과조사 보고서를 제시했습니다.
2021년 환경부의 수해 원인 결과조사 보고서에서도 서시교는 홍수의 직접적 원인으로 지목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서시교는 안정했다는 의견이 담겨있습니다. 이에 대책위는 "서시교가 물에 잠긴 적은 한 번도 없었고, 만약 교량이 범람의 원인이었다면 당시 구례읍 전체가 물에 잠겼을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또 대책위는 서시교 개축을 결정한 법적 근거인, 하천기본계획의 '홍수위' 기준이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대책위는 서시교 홍수위가 2020년 주암댐과 섬진강댐의 일시 방류로 수위가 급상승했던 당시 수치를 기준으로 설정되었다는 겁니다. 이에 따라, 잘못된 홍수위 기준에 따라 서시교를 철거하거나 높이는 것은 불필요하며, 하천 설계 계획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얘깁니다.
이 문제와 관련해 박창근 대학하천학회 회장(가톨릭관동대 교수)도 "섬진강 배수 영향 구간 1.7km로 인해 서시교의 여유고가 2m로 상향 적용 됐다"며 "2020년 8월 수해 때 배수 영향 구간의 핵심은 구례 연곡교, 경남 화개교로 서시교는 다르다"고 분석했습니다. 박 교수는 "서시교 상류 측 인도교 구간까지 1.7km가 섬진강 배수 영향 구간에 포함된 것은 과잉적용으로 보인다"고 짚었습니다.
그러나 익산청은 영산강유역청이 수립한 하천기본계획에 따라 서시교 개축을 결정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입니다.
때문에 서시교 홍수위, 여유고에 대한 영산강유역청의 하천기본계획안 내용 수정이 서시교 존치와 철거, 변경을 판단할 수 있는 결정적인 기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대책위가 하천기본계획 변경을 요구하는 이유입니다.
요구안에 따르면 하천기본계획 설계는 하천 상황, 제내지 이용 상황, 사회경제적 여건, 하천환경, 제방의 공학적 특성 등 크게 다섯 가지를 고려해 결정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구례 서시천 구간은 서시교의 이용 상황,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중요성 및 주민의 협력도를 종합 고려할 때 하천기본계획 (일부구간)의 변경 보완이 필요하다는 내용입니다.
구체적으로는 홍수가 발생하게 될 때 제방 또는 둑마루가 침수되지 않도록 확보하는 여분의 높이를 말하는 여유고를 2m에서 1m로 조정하고, 계획홍수위는 29.39m에서 28.55m로 적용하자는 겁니다. 실제 2021년 수해 원인 결과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8월 수해 당일 일평균 수위가 28.55m였는데, 서시교는 안전했기 때문입니다.
김봉용 대책위 공동대표는 "구례 홍수 원인을 서시교 지목한, 객관적 사실이 잘못된 데서 문제가 생겼기 때문에 바로 잡는 게 중요하다"며 "지류에 맞는 적절성 검토와 변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영산강유역환경청이 대책위의 요구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혀, 하천기본계획 변경 검토가 서시교 갈등 해결의 전환점이 될지 주목됩니다.
지난 27일 박연재 영산강유역환경청장이 구례를 방문해 대책위와 면담을 가졌습니다. 대책위는 지방하천기본계획 변경과 잘못된 홍수위 기준 수정 등을 요구했습니다. 이에 따라 영산강유역청은 한 달 내에 기본계획 변경 여부를 검토하기로 답변했습니다.
영산강유역청 관계자는 "대책위가 주장하는 요구안을 용역사가 검토에 들어갔다. 결과가 나오면 12월 중 구례군와 날짜를 협의해서 설명회나 토론회를 가질 계획이다"고 말했습니다.
익산청은 하천기본계획 변경에 대한 공문을 공식적으로 받으면, 서시교 관련 추진을 보류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앞서 구례군의회는 철거 설계 용역 중단과 계획 재검토를 촉구하는 건의안을 채택했습니다.
지역의 상징이자 주민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행정적 판단을 넘어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가치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영산강유역청이 개최할 12월 설명회가 갈등 해소의 전환점이 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