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북미회담이 열리면 '비핵화'가 아닌 "핵동결 또는 군축관련 의제를 다룰 가능성"이 높으며, 이 과정에서 "'통북봉남(通北封南)''이 고착화될 우려가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북한은 그동안 북미관계에서 남한을 배제하는 '통미봉남(通美封南)'을 구사해왔는데, 이와 맞물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한국 정부를 '패싱'하는 이른바 '통북봉남(通北封南)'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백선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26일 국회의원 연구단체인 '북한 그리고 통일'이 주최한 '미국 대선 이후 미북관계 및 북핵문제 전망' 세미나에서 "트럼프 1기 당시 미국이 한국을 거치지 않고 북한과 직접 소통하는 '통북봉남(通北封南)'이 발생"했다며 "트럼프 2기에서도 미국이 한국을 '패싱'하고 북한과 직접 소통하는 일이 잦아지면 한국의 외교적 입지가 크게 약화하고 향후 한반도 문제에서 영향력을 상실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백 연구위원은 특히 "이번이 두 번째 임기로 다음을 기약할 수 없는 트럼프측은 외교적 성과를 내고자 비교적 타협이 쉬운 핵동결 또는 군축을 협상의제로 받아들일 여지가 상당하다"며 "북한도 핵능력이 과거보다 훨씬 고도화됐다고 주장하는 만큼 한미연합훈련 중단 등과 같은 사안을 추가하며 하노이 회담 때 보다 더 많은 양보를 미국에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백 연구위원은 아울러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대중국 견제 전략의 일환으로 북한 문제를 활용할 가능성도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미북 간 직접 대화를 통해 중국의 대북영향력을 약화하거나 북한의 대중국 의존도를 감소시켜 중북 관계의 균열과 중국의 역내 영향력 약화를 유도하려는 의도"가 있으며 "북핵 위협을 명분으로 한국 및 일본과의 안보 협력을 강화하고, 실제로는 이를 대중 견제에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황승희 통일부 통일기획관도 미국이 북중관계를 균열시키려는 의도에 따라 "대중 견제 전략의 일환으로 북한과의 협상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황 국장은 특히 "핵포기를 전제로 한다면 북한은 트럼프 2기라고 해도 대화를 거부하겠지만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는다면 김정은 정권의 최대 업적이 될 것이기 때문에 협상의 유인이 있다"고 분석했다.
황 국장은 다만 북미 회담이 가능한 시기에 대해서는 "내년은 북한의 당 창건 80주년에 8차 당 대회의 5년을 결산하는 해이기 때문에 일단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 전에는 핵 무력을 극대화하고 체제를 공고화하는데 주력할 것"이라며 "이런 내부 공고화 이후에 대외관계 개선에 주력한다면 회담은 트럼프 임기 중 하반기와 맞물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패싱'을 우려해 북미협상 자체를 반대하기보다는 협상 과정에서 한국의 영향력을 키우는 전략을 택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정성윤 통일연구원 통일정책실장은 "미국이 우선적으로 달성하고자할 가능성이 큰 목표들, 즉 핵동결과 ICBM 전력 제거, 전술핵 전력 제거 등은 한국의 전략적 이익에도 부합하는 것"이라며 "미북 협상에 대한 과민 반응이나 과잉 대응을 하지 않고 도전적 상황을 잘 관리하면 전략적으로 유리한 상황이 조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핵동결과 군축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우리 정부의 변치 않는 목표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며 "미북 협상이 진전을 이루는 경우 한국이 당사국으로 참여하거나 상응하는 발언권을 요구하고 별도의 남북협상을 실행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