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8개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들과 만나 은행의 단기성과 중심 경영에 대해 비판했다. 은행이 손쉽게 돈버는 방법에 치중하면서 내부통제 관리에 실패했고, 온정주의적 조직문화로 금융사고가 이어졌다는 것이다.
28일 이 원장은 서울 중구 은행회관 뱅커스클럽에서 KB·신한·하나·우리·NH·BNK·DGB·JB 등 8개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과 만나 그간 감독·검사업무 과정에서 확인한 은행지주의 경영관리상 취약점을 공유했다.
이 원장은 "은행권이 고객 자산관리 자산운용 등에 있어서 장기적 관점에서 금융소비자와 함께 성장하려는 노력보다는 손쉬운 방법으로 단기성과를 올리는데 집중해온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은행의 고위험 금융투자상품 판매가 늘고, 부동산이나 담보·보증서 대출 위주로 여신을 운용한 점을 꼽았다. 실제 국내은행의 특정금전신탁 내 ELS와 ETF 잔고는 지난 2021년 말 33조4천억원에서 2022년 말 38조5천억원, 지난해 말 33조8천억원으로 증가 추세다. 가계대출 중 주택관련대출 비중은 2021년 말 69.1%에서 올해 9월 말 75.2%로 늘었다.
이 원장은 "고위험 금투상품 판매에서 유사한 불완전판매 이슈가 반복되고 있고 부동산 위주 여신운용으로 생산적 부문으로의 자금중개가 미흡해지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은행이 점포와 인력을 계속 축소해 비용 절감에 나서면서 취약계층과 비수도권의 금융접근성이 떨어지고 내부통제 기능이 약화됐다는 점도 짚었다.
금융회사 내에 아직 광범위하게 남아있는 온정주의적 조직문화도 금융사고를 지속시키는 원인으로 꼽았다. 일부 은행에선 금감원이 중징계를 요구한 직원을 구두경고로 면책하고 징계 전에 승진시킨 사례도 있었다.
이 원장은 "반복되는 위규행위에 대한 징계를 강화하고 귀책 직원에 엄정한 양정기준을 적용하는 등 준법·신상필벌을 강조하는 조직문화가 확립될 수 있도록 이사회에서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내년 은행지주 현안으로는 경제·금융환경의 불확실성에 대비한 경영전략 수립과 금융지주 책무구조도 시행 등에 따른 내부통제를 강화를 언급했다. 자율적으로 상생금융과 사회공헌에 나서달라는 당부도 덧붙였다.
참석한 이사회 의장들은 이사회 기능 강화와 준법·신상필벌 중시의 조직문화 확립이 필요하다는 감독당국 인식에 공감하면서 지속가능한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데 힘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