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 시점을 당초 오는 28일에서 다음달 10일로 미뤘다.
국민의힘이 '당원 게시판 논란'으로 계파 갈등이 확산하고 있어, 이를 활용해 이탈표를 최대한 확보하겠다는 심산이다. 특히 민주당은 친윤계의 압박을 받고 있는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측을 최대한 설득해 돌려세우겠다는 전략이다.
이와 함께 윤석열 대통령 공천개입 의혹 등과 관련된 수사 상황도 지켜볼 수 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의 구속 기한은 다음달 3일까지로, 관련 추가 진술이나 녹취 폭로가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다음달 10일로 '재표결' 연기…당원게시판 논란·명태균 수사 '지켜보기'
26일 민주당에 따르면, 국민의힘 추경호·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우원식 국회의장과 회동을 가진 뒤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다음달 10일 본회의에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 안건을 올린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다음달 4일에는 김건희 여사 불기소 처분 관련 검사 탄핵 의결에 나선다.앞서 민주당은 김건희 특검법을 당초 28일 본회의에서 재표결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당 지도부 일각에서 표결을 다음달 초로 연기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민주당 강유정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여당 상황을 좀 보면서 재표결에 나서는 게 어떻겠냐, 상황을 지켜보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라며 "조직적인 이탈표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의견이 있고 또 한편으로는 원칙대로 가는 게 낫다는 의견도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거부권 법안이 재의결되기 위해서는 의결 정족수 200명이 필요하다. 국민의힘에서 최소 8명의 이탈표가 나와야 한다. 앞선 두 차례 특검법 표결 당시 이탈표는 최대 4명에 그쳤다. 재의결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국민의힘 내 분열이 본격화해 조직적 이탈표가 나와야 한다.
민주당은 최근 국민의힘 내 '당원 게시판 논란'이 분열을 가속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 국민의힘 내 친윤계와 친한계가 한동훈 대표 가족 이름으로 게시된 윤 대통령에 대한 비방글을 두고 정면충돌하면서 갈등이 벌어졌다. 친윤계는 한 대표의 명확한 입장 표명을 요구하며 압박을 가하고 있지만, 한 대표는 "날 흔들겠다는 의도"라며 버티는 상황이다. 강 원내대변인은 "'당원 게시판' 문제로 여권 내부 분열이 가시화하는 상태를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최근 당 지도부 회의에서는 특검법을 28일에 표결할 경우, 한 대표 측을 설득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고 한다. 재표결이 2주 뒤로 밀리면서 민주당은 한 대표 측에 대한 '전방위' 설득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윤 대통령 부부 공천 개입 의혹, 불법 여론조사 등 관련 수사 상황에 따른 여권 분열도 노릴 수 있다. 한 차례 구속기간이 연장된 명씨와 김 전 의원의 구속 기한은 다음달 3일까지다. 이들에 대한 검찰 수사 과정에서 친윤계 의원들이 연루된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내부 계파 갈등의 지렛대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명씨를 통해 윤 대통령의 공천 개입 정황이 추가로 드러날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도 수사 상황을 보면서 추가 녹취를 폭로할 수 있다.
이재명 위증교사 '무죄'로 대여공세↑…민생법안 표결은 28일
민주당 내부 상황도 재표결 연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이재명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1심 재판 무죄 선고로 이번 기회에 대여 공세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기류가 강해졌다. 이 대표에 대한 '사법 리스크' 역공 부담을 덜면서 국면을 전환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민주당 지도부 소속 의원은 통화에서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무리한 기소가 재판 결과로 드러나면서 윤석열 정권에 대한 신뢰도가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민생 법안 등 28일 본회의 안건도 고려 대상이었다고 한다. 예금자보호법 개정안, AI 기본법 등 민생 법안이 28일 처리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자칫 '정쟁용'으로 비칠 수 있는 특검법 재표결을 함께 추진하는 것도 부담이다. 이 대표가 대권가도를 위해 민생 행보를 보이는 상황에서 당이 정쟁에 치우칠 경우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민주당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28일 논란이 될 수 있는 검사 탄핵 등까지 한꺼번에 추진하면 부담스럽다는 속도 조절론이 지도부에서 제기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