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 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이 한국의 내년 경제 성장률을 2%대 초반으로 전망했다. 건설 투자 부진 속에서 반도체 등 주력 산업을 중심으로 수출이 증가하고, 소비와 설비 투자가 회복되면서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여러 변수들은 성장의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도 긍정 요인과 부정 요인이 혼재할 것으로 분석했다.
산업연구원은 25일 발간한 '2025년 경제·산업 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올해보다 2.1%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기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상반기 1.9%, 하반기 2.2%로 전망했다. 민간소비는 금리 인하와 물가 안정 등 소비 여건 개선으로 올해(1.3%)보다 높은 1.9% 증가하면서 완만화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설비투자는 글로벌 IT 경기 호조에 따른 기업들의 실적 개선 등 영향으로 2.9% 확대될 것으로 봤다.
내년 수출은 2.2% 증가한 7002억달러로, 사상 처음 7천억달러를 넘길 것으로 전망했다. 무역흑자 규모는 올해보다 소폭 늘어난 487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산업연구원은 "기저효과로 수출 증가세가 둔화되겠지만 IT 전방산업의 회복에 힘입어 반도체 등 IT 부문의 수출 증가세가 유지되면서 전년 대비 2.2% 증가할 전망"이라며 "다만 트럼프 행정부의 보편적 관세 부과 정책은 자동차를 중심으로 대미 수출 감소를 유발하면서 전체 수출에 강한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13대 주력 산업별로 보면 특히 반도체가 IT 기기 수요의 증가와 HBM(고대역폭 메모리) 등 고부가 제품 비중 확대 등으로 8.5%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밖에 △정보통신기기(8.4%) △철강(5.0%) △바이오헬스(4.9%) △조선(4.1%) △디스플레이(2.5%) 등의 수출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정유(-7.5%) △이차전지(-6.7%) △자동차(-2.7%) △섬유(-1.9%) 등 수출은 올해보다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수입은 환율과 국제유가가 안정세를 보일 전망이지만, 수출 증가에 따른 중간재 수요 확대 효과로 소폭 상승하겠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도 수출입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 산업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공약한 보편적 관세(10~20%)가 실제로 부과되는 경우 한국의 대미 수출이 8.4~14.0%(약 55억~93억달러)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 여파로 한국의 내년 경제 성장률도 약 0.1~0.2%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트럼프 2기 출범이 국내 13대 주요 산업에 미칠 여파는 긍정과 부정 요인이 혼재할 것으로 분석했다. 자동차와 이차전지 산업은 보편 관세 부과와 친환경 산업 육성 정책의 후퇴가 실현될 때 수출과 생산에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대중국 견제의 반사이익으로 조선과 정보통신기기·디스플레이 등 업종은 긍정적인 영향 발생을 기대할 수 있고,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정책 전환에 따라 일반기계산업의 수출도 증가를 예상했다.
산업연구원은 "내년에도 13대 주력산업은 글로벌 교역과 정책환경의 변화에 대응하고 선도 부문에서의 초격차를 확보해야 한다"며 "전통 부문에서의 수요 정체와 경쟁 심화에 대응하면서 친환경·디지털화 전환과 관련된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노력이 계속돼야 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