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강릉시가 경포호의 수질개선 등을 이유로 인공분수 설치사업을 추진하면서 찬반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반대 측 시민들이 사업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경포호 인공분수 설치를 반대하는 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은 21일 강릉시청 앞에서 3번째 기자회견을 열고 "시민의 혈세가 250억 원이나 투입 되는 대규모 시책사업에 대해 제대로 된 설명도, 구체적인 사업계획도 시민에게 제공하지 못하고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강릉시 행정을 이해할 수 없다"며 "더 이상 분수 설치 사업을 고집하지 말고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지난 6월 문화유산청의 심의를 받기 위해 제출한 강릉시의 자료에는 분수시설이 수질개선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는 검토 결과가 나오면 자진 철거하겠다는 확약서가 포함됐다"며 "혹여라도 2년 후 자진 철거하게 되면 설치비용과 년간 운영 비용, 철거비용까지 300억 원을 훌쩍 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특히 "무엇보다 한번 훼손된 자연은 절대 쉽게 복원되지 않기에 사업 추진을 반대하는 것"이라며 "그럼에도 전문가·시민이 함께하는 공개적인 경포호 수질검사부터 시작하자고 이미 제안했다"고 덧붙였다.
반면 강릉시번영회와 강릉상공회의소 등 지역 29개 단체로 구성된 강릉시민사회단체협의회(이하 협의회) 등은 분수 설치를 적극 찬성하며 사업 추진을 반기고 있다.
이들 단체는 지난 5일 경포호수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포호의 수질개선을 위한 분수(폭기시설) 설치를 적극 찬성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경포호수 분수 설치사업은 환경개선의 하나로 물 순환시설 및 분수를 포함한 수중에 적정규모의 산소를 공급하는 폭기시설을 설치해 천혜의 자연인 경포호의 석호 순기능을 복원하려는 것으로 더 이상의 반대는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협의회는 특히 "지난 20~30년을 돌이켜 볼 때 경포호 관련 현안사업마다 일부 환경단체의 반대로 무산돼 방치하면서 경포호 보존상태를 비교했을 때 수질이 더 악화되고 악취가 심해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멀어지고 있음을 시민들은 통감하고 있다"며 "이제는 물순환과 수질개선은 물론 새로운 관광 인프라 구축으로 강릉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볼거리를 줄 수 있도록 강릉시는 분수 설치를 적극 추진하라"고 요구했다.
현재 경포호 인근에는 분수 설치를 찬성하는 단체와 주민 등이 게시한 300여 개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강릉시는 경포호 수질개선을 위한 환경개선사업의 하나로 사업비 250억 원을 들여 길이 400m, 최고 높이 150m의 수중 폭기시설인 인공분수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앞서 지난 7월 국가유산청으로부터 자연유산 위원회 현상변경 심의를 거쳐 조건부 허가를 받았고, 강원도 도립공원위원회 심의 등의 절차를 남겨두고 있다. 시는 지난 달 강릉과학산업진흥원에서 사업설명회를 개최했으며 주민들을 상대로 동의서를 받기도 했다.
이어 2025년도 당초 예산안에 경포호 수질개선을 위한 환경개선사업 90억 원을 편성해 지난 20일 시의회에 제출했다.
강릉시 관계자는 "사업 추진과 관련해 항상 시민들의 의견을 경청하며 투명하고 신속하게 사업을 진행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