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이재명! 이재명!"
21일 오전 10시 30분 경기 수원시 지동 못골시장 입구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연호하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오전 11시 이 대표가 시장에 도착하자 환영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이 대표는 이날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의 목소리를 듣겠다며 전통시장을 찾았다. 이날 자리에는 수원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같은 당 김승원, 김영진, 김준혁, 염태영 의원과 이재준 수원시장도 함께 했다.
차량에서 내린 이 대표는 시장 입구에 있는 호떡집을 먼저 방문해 호떡 10개를 샀다. 이어 전통과자 가게를 방문해서 상인과 악수를 나눴다. 이곳 상인은 이 대표를 향해 "파이팅"이라고 외쳤다.
걸음을 옮기던 이 대표는 강경순(65)씨가 운영하고 있는 반찬가게를 방문해 "건강 잘 챙기셔라"고 덕담을 건넸다. 강씨는 이 대표의 양손을 맞잡고 "대표님도 건강 잘 챙기셔야 된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30년 넘게 반찬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강씨는 "대표님을 응원하고 있다"며 "(이 대표가 받고 있는 재판 등은) 잘 되실 거다"라고 말했다.
특히 이날은 민주당 차기 대선 후보군으로 분류되는 김동연 경기지사도 이 대표와 함께 상인들을 만났다. 이 대표 측이 먼저 만남을 요청하고, 김 지사 측이 응하면서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의 '플랜B' 대표 주자로 꼽혀온 김 지사는 최근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두고 윤석열 정권과 검찰을 비판하며 야당 대표에 대한 엄호에 나서고 있다. 전날에는 국회를 찾아 "민생이 어려운 엄중한 상황에서 '신(新) 3김'이나 '플랜B'를 거론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는 등 이 대표와 대립각이 만들어지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우려를 불식하듯 이 대표는 한 빵집 앞에서 빵을 사고는 절반을 뜯어 김 지사에게 먼저 건넸다. 김 지사 역시 환하게 웃으며 상인에게 덕담을 건넸다.
이날 시장 골목은 이 대표를 보려는 지지자들과 시장을 찾은 시민, 유튜버 등 150명(경찰 추산)이 뒤엉키면서 한 걸음을 옮기기도 어려울 만큼 가득 찼다. 민주당 상징인 파란색 모자와 옷을 입은 지지자들은 "우리가 이재명이다"라고 외쳤다.
반면 일부 시민과 상인들은 이 대표의 방문에 반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시장을 찾은 한 시민은 "넓은 곳으로 가지 왜 좁은 곳에 와서 지나가지도 못하게 하나. 빨리 좀 가라 속 터진다"고 말했다.
한 상인은 "장사도 안 되는데 이재명이 온다고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 짜증만 난다"고 했다.
시장 안이 혼잡한 탓에 지지자와 시민이 몸싸움을 벌이는 일도 있었다. 한 시민이 "사람 좀 지나가게 비켜라. 이게 뭐하는 짓이냐. 나라꼴이 말이 아니다"라며 사람들을 밀치자 이 대표 지지자는 "무슨 소리냐"며 소리치고는 시민의 등을 쳤다. 양측은 서로 욕설을 퍼부었지만 이 대표를 연호하는 소리에 모두 묻혔다.
이 대표와 김 지사, 민주당 의원들은 40분간 시민들을 만난 뒤 전통시장·소상공인 민생현장 간담회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표는 "경기도는 고향 같아서 푸근하고 좋지만, 삶의 현장에서 고생하는 여러분을 보니까 면목이 없고 죄송하다"고 했다.
이 대표는 "나라 전체 경제가 너무 어려운데 천재지변이라면 감수하겠지만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위기인데도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다"라며 "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 역할이 필요한데 지금은 그런 정책이 다 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경기지사 시절 추진했던 지역화폐를 활성화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상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지역화폐 정책을 추진해왔는데, 현 정부는 지역화폐 예산을 계속 줄이고 있다"며 "올해도 0원인데 왜 그런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 대표는 현 정부를 향한 비판도 쏟아냈다. 이 대표는 "정치는 대리인을 뽑아서 우리가 원하는 바를 대신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정치가 우리 삶에 관심을 갖지 않고 뜻과 다르게 행동하면 주인이 나서야 한다. 말을 안 들으면 혼을 내야 한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김 지사 역시 지원 사격에 나섰다. 김 지사는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 담화 기자 간담회에서 우리 경제가 기지개를 펴고 있다고 이야기 했고, 몇 달 전에는 우리 경제가 살아나고 있다고 했다"며 "그런 경제 인식이 과연 우리 현실을 제대로 보고 있는 것인지, 우리나라 대통령인지, 달나라 대통령인지 대단히 우려스럽다"고 했다.
간담회가 끝난 뒤 이 대표는 참석자들과 함께 인근 국밥집을 찾아 오찬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