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을 포함한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와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과 서대문구 농업박물관 등 도심 곳곳에서 사전 집회를 진행했다. 이들은 윤석열 정권의 퇴진을 촉구하는 한편, 노조법 2·3조 개정, 근로기준법 적용 확대, 쌀값 보장 등도 요구했다.
민주노총 이태환 수석부위원장은 "집권 2년 반 만에 정권 말기적 현상들이 벌어지고 있다"며 "정국을 수습할 능력이 없는 정권의 마지막 수단이 바로 무력과 공안 통치에 의존하는 것이다. 정권을 비판하는 국민들을 향해 반국가 세력 운운하고, 간첩 사건이 터지고, 중무장한 병력이 집회·시위를 폭력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제 곧 물대포도 등장할 날이 머지않았다"고 말했다.
서비스연맹 김광창 사무처장은 "택배 노동자 등 특수고용 노동자는 일반 노동자와 달리 50%의 산재보험료를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 이처럼 특수고용 노동자는 사회보험에서도 특수하게 차별받고 있다"며 "가장 큰 차별은 헌법에 보장된 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것이다. 국민들도 이를 잘 알고 있어 70%가 노조법 2·3조 개정에 찬성하고 있지만, 윤 정권을 꺾지 않으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오후 3시 숭례문 앞으로 집결해 '윤석열 정권 퇴진 2차 총궐기' 본집회를 시작했다. 주최 측 추산 약 1만 명이 참여했다. 전농 하원호 의장은 대회사에서 "9년 전 무차별적인 농산물 개방으로 농민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박근혜 정권을 끌어내리기 위해 추운 겨울 서울로 올라왔던 농민이 경찰의 물대포에 쓰러졌다. 백남기 농민 이야기다"라며 "백남기 농민이 떠나고 박근혜 정권을 끌어내린 지 어느덧 8년, 그동안 세상이 얼마나 달라졌나. 여전히 매년 들어오는 40만 8700톤의 수입쌀이 우리 쌀값을 파탄 내고 있다"고 규탄했다.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은 연대사에서 "미국 대통령과 골프를 치겠다고 연습하는 정성의 반의 반만이라도 농민들에게 신경 썼으면 오늘 우리가 이렇게 아스팔트 농사는 안 지었을 것"이라며 "무슨 짓을 해도 감싸주고 애정해 주는 아내 사랑하는 마음의 반의 반의 반만이라도 노동자를 생각했으면 이 나라가 이 꼴이 안됐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윤 정권이 퇴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고 밝혔다.
오후 5시를 넘어서면서 민주노총은 행진을 마치고 해산했지만, 전농 소속 농민들은 행진을 계속하려다 경찰과 대치했다. 참가자들은 숭례문 앞에서 집회를 연 후 삼각지역 인근까지 행진하겠다고 신고했으나, 교통 정체 등으로 인해 행진 속도가 느려지며 신고된 집회 종료 시점인 오후 5시쯤 서울역 남대문경찰서 앞까지만 도달했다.
서울 남대문경찰서 관계자는 오후 5시 30분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6조 4항(주최자의 준수 사항) 위반으로 처벌 받을 수 있다"며 1차 해산 명령을 내렸다. 이에 농민들은 "경찰은 집회 시위의 자유를 침해하지 말고 당장 길을 열어 달라"며 강하게 항의했으나, 경찰이 오후 5시 35분과 5시 42분쯤 2차·3차 해산 명령을 이어가며 대치가 지속됐다.
이후 전농 측은 오후 5시 55분쯤 이날 종일 메고 다니던 '농민 생존권 보장'이란 문구를 붙인 상여에 불을 붙였다. 이에 경찰이 소화기를 사용해 진화에 나서며 현장은 순간적으로 흰 연기로 뒤덮였다. 집회는 참가자들이 오후 6시쯤 해산하며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