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봉화 석포제련소에서 카드뮴을 낙동강으로 불법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영민 영풍 대표이사, 이강인 전 영풍 대표이사 등 8명의 영풍 전·현직 임직원들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대구지방법원 제11형사부(재판장 이종길)는 20일 환경범죄 등의 단속 및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물환경보전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8명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증거 부족'을 무죄 선고의 가장 큰 이유로 들었다.
앞서 환경부 특별사법경찰과 검찰은 제련소가 2015년부터 2021년까지 약 6년 동안 총 1064회에 걸쳐 습식 공정 시설 하부 바닥과 이중옹벽조 균열 등을 통해 오염물질인 카드뮴을 낙동강으로 유출했다며 이들을 재판에 넘겼는데,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유죄가 입증되지 않는다고 밝힌 것.
재판부는 증인으로 출석한 콘크리트 전문가가 콘크리트가 카드뮴이 유입될 만큼 부식하려면 아주 긴 시간이 소요된다고 밝힌 점, 습식 공정실 하부에 물질의 유입·유출을 막기 위한 방지 턱이 있는 점, 오염액이 떨어지더라도 내부 탱크로 가도록 하는 순환 시설이 마련돼 있는 점 등을 통해 카드뮴 오염액이 월류해 바닥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적다고 봤다.
이중옹벽조를 통한 유출 역시 콘크리트의 특성상 내부로의 오염수 침투가 어렵다는 전문가 의견에 따랐고, 카드뮴의 지하수 내 이동 시간을 고려하면 공소사실의 범죄 일시가 합리적이지 않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공장 내부 수질 오염 측정 결과 카드뮴이 많이 검출됐다고 해서 이들이 유출을 했다고 하는 것은 추론에 불과하고 논리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수질 오염 측정시 기준이 준수되지 않고 시료 채취가 동일한 전문가에 의해 이뤄지지 않는 등 절차적 하자가 있어 객관적 자료로 인정하기 어렵다고도 분석했다.
재판부는 제련소 내부 문서에 습식 공정 시설 바닥을 통해 카드뮴이 유출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기긴 했지만 그것만으로 실제 오염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 역시 고려했다.
일부 임직원들은 봉화군에 오염 토양 규모를 축소 보고한 혐의(위계공무집행방해)로도 기소됐는데 재판부는 이 역시 무죄로 판단했다. 영풍은 시료채취를 못하는 일부 건축물 아래 토양을 보고서에서 누락했는데, 재판부는 수차례 공무원과 논의했고 조사 방법을 적는 것으로 갈음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재판부는 "증거 부족으로 혐의 입증이 부족하다고 판단했고 영풍이 환경개선을 위해 나름 노력하고 있다는 사정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드뮴을 비롯한 유해물질이 제련소에서 방출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 판단에 마음이 많이 무거웠다"며 "검찰 수사와 경찰관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피고인들이 환경개선에 최선을 다했다. 그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선고가 끝난 뒤 김수동 안동환경운동연합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음주운전은 했으나 술은 마시지 않았다는 것과 같은 얘기"라며 "머지 않아 오늘 판단이 잘못됐다는 것이 밝혀질 것"이라고 이날 판결을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