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0년 만에 평양에서 전국 대대장·대대정치지도원 대회를 개최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연설에서도 언급했듯이 "지금이 국가적인 최중대사업들을 결속하는 관건적인 시기이고 국가의 안전 환경이 극도로 불안정한 형세이지만 전군의 대대장, 대대정치지도원들을 한날한시에 불러 대회와 강습을 소집, 집행하도록 조치"한 데에는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연설에서 "전쟁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며 먼 미래의 일도 아니"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전쟁 등을 예로 들며 "국제안보형세는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날 수 있다는 불안"을 키우며 "언제 어느 지역에서 전쟁이 터질지 누구도 가늠할 수 없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 대한 결론으로 김 위원장이 제시한 것이 '전쟁준비완성의 총력 집중'이다.
'전쟁이 남이 아닌 우리의 일'이라는 김 위원장의 발언은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파병과 한미일 안보협력의 강화 등 최근 정세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 고위당국자는 "러시아 파병으로 북한군 내부에서 동요할 수 있는 만큼 '군심'을 다잡기 위해 대회를 열고 우크라이나 전쟁의 정당성을 강조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이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을 정당화하는 대목은 앞으로 파병 사실을 북한 주민들에게 공식화하고 추가 파병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음을 암시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이 이번 연설에서 "미국의 더러운 정체성"을 강조하며 미국을 강하게 비판한 것도 눈길을 끈다.
'미제'에 대해 항상 하는 비판이지만 미국 대선이후 김 위원장이 처음으로 미국에 대해 직접적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낸 것이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핵 무력을 중추로 하는 국가의 자위력을 한계 없이, 만족 없이, 부단히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거듭 밝혔다.
그러면서 "핵 무력 강화노선은 이미 우리에게 있어서 불가역적인 정책으로 된지 오래며 이제 남은 것은 지금 당장이라도 핵 무력이 전쟁억제의 사명과 제2의 사명을 수행할 수 있게 더욱 완벽한 가동태세를 갖추는 것 뿐"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이 미국을 비판하며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나 그의 재선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향후 트럼프 2기 정부에서 북미대화가 열릴 경우라도 '핵 무력 강화노선'은 물러설 수 없는 '불가역적인 정책'이라는 점을 확인해두는 모양새이다.
김 위원장은 이번 연설에서 '전쟁'이라는 단어를 37번, '전쟁준비'를 7번이나 반복했다. 일선의 군 지휘관을 모아놓은 자리라고 해도 전쟁이라는 말을 처음부터 끝까지 수없이 입에 올렸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정은 정권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더욱 깊숙이 개입할 것으로 예상되고, 전쟁준비 완성에도 박차를 가할 것"이라며 "이에 따라 한반도 안보위기도 갈수록 더 고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은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추가 파병을 염두에 두고 북한군에서도 대대 단위의 실전적 전투능력을 매우 자세하게 언급했다"며 "최근 한국과의 대결적 상황도 반영해 군대 기층 단위의 대적의식을 강조하며 사상적 이완을 차단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