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건설사 미수금 17조…현대건설 48% 증가해 1위

대우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등 7개 건설사, 미수금 1조 넘어
공사 수주 늘면서 자연히 늘었다지만…해외서는 장기간 분쟁 벌이기도

현대건설 제공

국내 10대 건설사가 국내외에서 공사를 마치고도 받지 못한 돈이 지난 3분기 기준으로 17조 원을 웃돌았다.

17일 금융감독원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3분기 기준 국내 시공 능력 평가 10위권 건설사 중 공사미수금, 분양미수금, 매출채권 등으로 미수금 항목을 공개한 9개 건설사의 미수금은 17조 6370억 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말 미수금 16조 9336억 원보다 4.2% 증가한 수치다.

이 중 미수금 규모가 가장 큰 곳은 현대건설로, 공사미수금만 4조 9099억 원으로 집계돼 지난해 말(3조 3233억 원)보다 47.7% 늘었다.

또 현대건설의 분양미수금은 1967억 원으로 지난해 말(1066억 원)보다 84.5% 증가했다. 이로 인해 같은 기간 공사·분양 미수금 합산액 5조 1066억 원)은 1.4배(48.9%)로 커졌다.

대우건설은 공사와 분양 미수금을 포함한 매출채권액이 2조 5344억 원으로 지난해 말 1조 8560억 원보다 36.6% 늘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22.0% 증가한 2조 2307억 원, 포스코E&C는 11.6% 늘어난 1조 3515억 원, 롯데건설은 8.5% 증가한 1조 5625억 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SK에코플랜트는 공사미수금을 59.5% 줄여 4013억 원을 남겨뒀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말보다 30.2% 감소한 1조 7946억 원, GS건설은 29.3% 줄어든 1조 9901억 원, HDC현대산업개발은 19.2% 감소한 6428억 원으로 집계됐다.

업계에서는 미수금 중 대부분은 받기로 약정된 금액이고, 공사 수주 실적과 함께 늘어가기 마련이라 당장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고 보고 있다.

건설업 특성상 아파트 분양과 같이 공사가 완성되고도 일정 시일이 지나야 대금이 완납되는 경우도 있는 만큼, 수주 실적이 늘면 미수금도 일정 부분 증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대건설이 맡은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만 해도 현재 2141억원의 미수금이 남아있지만, '완판'을 마쳐서 향후 잔금이 입금되면 미수금도 해소될 전망이다.

다만 해외에서는 공사를 마치고도 장기간 대금을 받지 못해 현지에서 분쟁을 벌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

대우건설이 2012년 쿠웨이트에서 수주한 정유공장 사업은 현재 공사를 마쳤지만 미수금 124억 원이 남았다. 2013년 리비아에서 수주한 즈위티나 복합화력발전소 공사는 리비아 내전 등으로 진행률이 35.2%에 그치면서 이에 따른 미수금도 164억 원에 달한다.

특히 대우건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2000년대 초반 뉴욕 맨해튼에서 건설 사업을 추진하다 200억 원이 넘는 돈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시민단체 'CREW' 등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당시 대우에 빚진 2천만 달러(약 262억 원)을 플로리다와 피닉스 등 9개 사업장에 대한 채권으로 대신 지급했다. 하지만 이들 사업장은 대부분 수익이 나지 않아 대우건설은 결국 2017년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손실 처리했다.

SK에코플랜트는 2011년 파나마에서 석탄화력발전소 공사를 마쳤지만 39억 원을 받지 못하고 손실 처리했다.

현대건설이 2019년 시작한 폴란드 석유화학 플랜트는 공사를 99% 완성했지만 미수금 50억 원이 남아있다. 이와 별도로 공사비 청구단계에서부터 문제가 발생한 미청구 금액도 1690억 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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