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직후 미국 각지의 흑인들에게 인종차별적인 문자가 무차별적으로 살포돼 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문자에는 흑인들을 농장으로 데려가 노예로 일하게 하고 목화를 따게 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대선 다음날인 6일(현지시간) 버지니아와 노스캐롤라이나, 캘리포니아 등 최소 12개 주와 워싱턴DC에서 인종차별적인 내용의 문자가 흑인들에게 뿌려졌다.
앨라배마 대학교의 흑인 신입생인 알리스 맥콜도 문자를 받았는데 내용은 '가장 가까운 농장에서 목화를 따도록 선택됐다"며 '갈색 밴으로 농장에 보내줄 것"이라고 돼 있었다. 또 소지품을 갖고 행정 담당 노예에게 갈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돼 있었다.
문자를 보낸 출처는 알려지지 않았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문자를 받았는지도 불분명한 상태다. 현재 연방수사국(FBI)과 주 당국이 조사를 벌이고 있다. 현지 언론들은 대학의 흑인 학생들을 표적으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일부 문자는 트럼프 당선인과 관련된 쪽에서 문자를 보낸 것처럼 여길 수 있는 내용이 들어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트럼프 캠프의 캐롤라인 레빗 대변인은 "캠프는 해당 문자 메시지들과 아무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WP는 대선 직후 이같은 사건이 벌어지면서 시점과 의도를 두고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고 전했다. 일단 외국 세력이 대선으로 미국이 혼란한 틈을 타 저지른 사건일 가능성이 있다. 미 정보당국도 대선 이후 외국 세력의 분열 조장 행위가 있을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미국 국내 세력의 소행이라면 트럼프 당선인의 대선 승리와 맞물려 미국 사회 내에서 인종차별적 언사가 노골화하는 조짐으로 해석될 수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기간에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흑인 정체성을 문제 삼았고 흑인 차별을 소재로 삼는 코미디언이 트럼프 캠프 유세에 연설자로 나서기도 했다.
비영리기구 '민주주의를 위한 사이버보안'의 야엘 아이젠스타트 선임 연구원은 "해외 세력이 대단히 불안정한 시기에 민감한 (개인) 정보를 분열을 일으키는 데 이용한 것이라면 우려스러운 일"이면서 "누군가 미국 내에서 한 일로 드러나면 자유롭게 분출된 혐오의 증가로 일부가 대담해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