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회장 취임 이후 6년간 LG그룹 인사 키워드는 '세대 교체'와 '미래 준비'로 꼽혔는데, 글로벌 경영 환경이 급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컨트롤 타워 강화' 차원에서 부회장 승진자가 있을지 주목된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그룹은 이달 말 조직 개편과 임원 인사를 단행한다.
LG그룹은 매년 하반기 사업보고회를 열고 한 해 사업 성과를 점검하는데, 구 회장은 올해도 회의를 직접 주재하며 각 계열사의 사업 실적을 평가하고 내년 사업 전략을 점검했다. LG그룹은 사업보고회 내용 등을 바탕으로 임원 인사에 나설 방침이다.
LG그룹의 지난 6년간 인사철학은 '세대교체'와 '미래준비'였다. 구 회장은 지난 2018년 취임후 부회장단을 점차 축소했다. 당시 6인이었던 부회장단은 권봉석 ㈜LG 부회장과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2인 체제로 바뀌었다. '고참' 숫자는 줄었지만 신규 임원들의 평균 연령은 낮췄고, 그룹내 R&D(연구개발) 임원 규모 역시 늘렸다.
다만 올해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점을 앞두고 그룹 내 주요 계열사의 경영 환경이 급변할 것으로 전망되는만큼 이를 위한 인사가 이뤄질지 관심사다. 시장 일각에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부회장단이 강화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보편관세'와 'IRA(인플레이션방지법)' 폐기 등을 내걸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며 그룹 주요 계열사의 사업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만큼, 강한 리더십으로 위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부회장단 강화가 필요하단게 골자다.
일례로 삼성전자는 지난 5월 반도체 사업 위기론이 불거지자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의 수장을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격상시키며 전영현 부회장을 '구원투수'로 영입한 바 있다.
재계에서는 LG전자 조주완 대표이사 사장과 LG디스플레이 정철동 대표이사 사장 등이 새 부회장 후보로 꾸준히 거론된다. 조 사장은 지난 2022년 LG전자 사령탑을 맡은 뒤 그로벌 가전 수요 둔화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외형 성장을 이뤄냈고, B2C(기업소비자간거래) 중심의 LG전자를 B2B(기업간거래)로 체질개선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 사장은 그룹 내 대표적인 '기술통'으로 LG디스플레이의 적자폭을 개선한 점이 성과로 꼽힌다. 두 사람은 지난 인사에서도 부회장 승진이 기대됐지만 현실화 되진 못했다.
다만 그룹 일각에선 형식보다 내실을 중시하는 구 회장의 스타일을 감안하면 부회장단 규모가 다시 확대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불확실한 경영 환경을 감안하면 대규모 물갈이 인사보다는 안정적인 사업 추진을 위한 소폭 인사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권봉석 부회장과 신학철 부회장의 2인 부회장 체제와 구 회장 취임후 등용된 '젊은 CEO' 체제를 유지하되 성과를 낸 인사들이 임원으로 발탁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리더스인덱스 박주근 대표는 "최근 재계 분위기는 부회장을 없애거나 줄이는 추세"라며 "이런 흐름 속에서 새 부회장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보이지는 않지만 추가 부회장이 나온다면 외연을 확장하고 체질 개선을 한 LG전자 조주완 사장 정도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대표는 이어 "구 회장의 실용적 스타일과 급변하는 대내외적인 환경을 고려하면 성과주의에 입각한 세대 교체 분위기는 추후 이어지는 임원 인사에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