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에 따라 윤석열 대통령과 트럼프 당선인이 조기에 만날 수 있도록 미국 측과 조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이 대통령으로 정식 취임하는 내년 1월 20일 이전에 만남을 성사시킨다는 계획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7일 기자들과 만나 관련 질문에 "대통령께서도 빠른 시기에 (회동을) 하자고 하신 만큼 계속 조율을 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당선인과의 만남에 대해 "금명간에 만날 일이 있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도 윤 대통령이 이날 오전 트럼프 당선인과 전화 통화를 하고 이른 시일 내에 날짜와 장소를 정해 회동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이 당국자는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 전 회동을) 열어놓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며 "(통화에서) 같이 추진하자는 말씀이 있었으니, 일단 그것으로 긍정적인 것으로 받아들였다고 이해하고 준비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움직임은 정부가 지난 2016년 트럼프 대통령 첫 당선 당시 조기에 회동을 하고, 친교를 쌓았던 고(故)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의 전례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아베 총리는 대선 개표 완료 다음 날인 11월 10일 트럼프 당선인과 통화하고 일주일 뒤 뉴욕에서 만나 골프용품 선물을 주고받았다.
다만 정부는 정식 취임 전까지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정부를 대표하는 위치가 아닌 만큼, 회동 형식이나 세부 의제에 대해서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뿐만 아니라 정책 협의를 위해 특사단이나 대표단을 파견하는 데도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또다른 외교부 당국자는 같은 자리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중국에 높은 수준의 관세를 부과하게 될 경우 대처 방안에 대한 질문에 "미국 우선주의 하에서 자국 산업을 발전시켜야겠다는 정책을 취하는 것과, 중국을 견제하는 측면에선 바이든 행정부와 트럼프 행정부가 차이가 없다"며 "바이든 행정부는 보조금을 통해 자국 산업을 지원하고,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를 통해 장벽을 쳐 자국 산업을 보호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국에 대해 고관세를 부과하게 되면, 중국이 제3국에 덤핑을 주기 때문에 (우리가) 중국산과 경쟁하기 힘들어질 수 있고, 많은 경우에는 제3국에서 조립만 하는 식으로 우회 수출을 하기 때문에 원산지 조건을 강화하곤 한다"며 "우리 제품이 중국 부품을 많이 쓰기 때문에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당국자는 "트럼프 행정부도 바이든 행정부 못지 않게 고용과 제조업 부활 등을 위해 한국처럼 수준 높은 외국 기업들의 투자를 적극 유치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지향하는 바가 같으니 충분히 미국과 협의할 여지가 있다. 한국 기업들이 미국 사회에 고용이나 제조업 등에서 얼마나 기여하는지 설명함으로써 기업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게 하려고 한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겠다고 하는데, 2017년의 중국과 지금의 중국 기술력은 아주 큰 차이가 있다. 첨단기술과 공급망을 유지하는 데 있어서 미국의 혼자 힘으로 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며 "미국이 우리를 포함한, 입장이 비슷한 나라들과 공조를 해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테고, 한미간에 협력해 나갈 수 있는 정책의 공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