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의 한 개발업체가 수능시험을 10여 일 앞두고 대광여고와 서진여고의 주 통학로에 대해 토지 인도 강제집행을 예고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5일 오후 광주 남구 서진여자고등학교 정문 앞. 여학생들이 경사가 급한 통학로로 하교하고 있다.
학교법인 홍복학원 산하 서진여고와 대광여고 학생들은 유일한 통학로인 이 길을 따라 200m를 나와야 시내버스가 오가는 큰길까지 갈 수 있다.
그런데 조만간 이 통학로가 폐쇄될 처지에 놓여 학생들의 통학에 불편이 우려된다.
이 땅을 소유한 그랜드종합개발이 오는 9일 대광여고 정문 앞에 펜스와 컨테이너를 설치해 통행로를 가로막기로 했기 때문이다.
서진여고에 다니는 한 학생은 "언덕 자체도 높아서 다리를 다친 애들은 항상 택시나 차를 이용해 등교한다"면서 "통학로 때문에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특히 이들 학교에는 1명의 지체 장애 학생과 2명의 장애 교직원, 그리고 골절 등의 이유로 일시적으로 거동이 불편한 학생 3명 등이 있어 상황은 더 심각하다.
그랜드종합개발은 8년 전인 지난 2016년 병원이나 주상복합 건물을 짓기 위해 이홍하 홍복학원 설립자의 개인 소유였던 이 일대 땅 4천여㎡ 51억 원에 경매로 사들였다.
업체 측은 재산권 행사를 위해 지난 소송을 진행해 5년 전 승소했지만 유일한 통학로라는 이유로 권리 행사를 못 해 왔다.
그랜드종합개발 관계자는 "오랜 기간 학교에 협조를 다 해줬지만 학교 측이 꿈쩍도 안 해 집행을 하기로 결정했다"면서 "매년 종합부동산세·재산세 등 기본 유지비가 3억 원 가까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홍복학원은 통학로를 유지할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홍복학원 여동구 이사장은 "오는 9일 또는 14일에 이사회를 열어 통학로 인근 부지와 등가 맞교환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면서 "이사회 전까지 업체 측과 논의해서 학생들의 불편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업체 측은 학생들 통학에 지장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광주시교육청도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