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수순에 힘입어 반등했던 코스피가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주춤한 모습이다. 답답한 박스권 탈출을 위해선 기업의 실적이 뒷받침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0.47% 하락한 2576.88에 장을 마쳤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445억원과 2857억원 순매도하며 하락을 이끌었다.
코스닥 역시 외국인의 매도세(1081억원)를 이기지 못하고 0.3% 내렸다.
금투세 폐지 소식에 모처럼 상승한 주식시장이 하루 만에 답답한 흐름으로 되돌아갔다. 코스피는 종가 기준 지난 8월 27일 2700선이 무너진 이후 2500~2600대를 오르내리는 박스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4일 "현재 주식시장이 너무 어렵다. 정부와 여당이 밀어붙이는 금투세 폐지에 동의하기로 했다"고 밝히자, 코스피와 코스닥은 각각 1.83%와 3.43% 상승했다.
그동안 내년 시행될 예정인 금투세가 주식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엇갈리는 전망 속에서 개인투자자는 주가 하락에 대한 불안을 키웠다. 대만이 양도소득세법을 도입하려던 1988년 한 달 만에 주가가 36% 하락했기 때문이다. 또 금투세 부과 대상이 개인으로 한정된 불평등 과세라며 '슈퍼개미'가 이탈할 것으로 우려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표가 금투세 폐지로 입장을 선회하자, 불확실성을 해소한 주식시장이 환호한 것이다. 특히 개인투자자가 쏠린 코스닥이 더 크게 반등했다.
하지만 코스피가 2600을 돌파하기에는 역부족으로 나타났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투세 도입 리스크를 이미 선반영하고 있던 시장이 이를 되돌렸을 뿐"이라며 "금투세 폐지에 방점을 찍을 것이 아니라 '불확실성 해소'를 핵심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코스피가 박스권을 돌파하며 상승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실적이 뒷받침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DS투자증권 우지연 연구원은 "금투세 폐지는 개인투자자 수급 환경 개선에 유효하지만, 향후 국내 기업의 펀더멘탈 개선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단기적 모멘텀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우 연구원은 이어 "대만도 2015년 11월 양도소득세법을 최종 폐지한 이후 가권지수가 단기적 반등에 성공했지만 기업 실적 우려가 지속되며 추세 전환으로 이어지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가권지수 수익률은 법 폐지 1주일 후 2.3% 상승했지만, 한 달 뒤 –1.3%, 3달 뒤 –1%, 6개월 뒤 –2.7% 등으로 하락했다.
또 금투세 폐지로 배당소득 분리과세 논의가 사그라들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배당소득 분리과세가 시행되면, 단기투자 성향의 많은 개인투자자가 배당 수익을 위해 장기투자로 전환할 것이란 기대를 모았다. 주주환원 정책을 강조하는 밸류업 프로그램의 궁극적인 기대효과와 맞아떨어진다.
그러나 금투세가 폐지되면 배당소득 분리과세 추진에 힘이 빠질 것이란 논리다.
iM투자증권 신희철 연구원은 "금투세 폐지가 사실상 확정되면서 이에 대한 대안으로 거론되던 배당 분리과세 논의가 지속될 가능성이 낮아질 수 있다"면서 "배당주 중심의 투자심리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금투세 폐지가 개인의 채권 투자 환경을 개선한다는 전망도 있다.
iM증권 이승재 연구원은 "채권은 기본공제가 250만원 밖에 되지 않아 투자 둔화가 우려되는 상황이었다"면서 "금투세 폐지를 계기로 정체됐던 개인투자자의 채권 매수도 다시 활기를 띨 공산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개인의 채권투자는 고금리 기조에 힘입어 지난 6월 55조원 규모로 성장했지만, 최근 53조 7천억원으로 감소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