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균 사태로 김건희 여사 리스크가 심화되면서 국민의힘 지도부가 연일 상반된 시각을 노출하고 있다. 친윤(친윤석열)계 최고위원들은 4일 "똘똘 뭉쳐야 할 때"라며 사실상 한동훈표 쇄신을 거부했고, 친한(친한동훈)계 최고위원들은 "국민들로부터 버림받을 것이냐"고 대통령실을 압박했다.
친한계 장동혁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치 브로커 한 사람에게 휘둘려 정치가 길을 잃고 그가 내뱉은 말의 조각들을 붙잡고 휘청거리고 있다"며 "한편에서는 그것(명태균 녹취)만 있으면 누군가를 지킬 수 있다고 다른 한편에서는 그것으로부터 누군가를 지켜내야 한다고 싸우는 동안 국민들은 이제 대한민국 정치에서 어떤 희망도 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과 친윤계, 야권을 싸잡아 비판한 것이다.
장 최고위원은 또 "국민은 정치를 걱정하는데 정치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귀를 닫고 있다"며 "국민의 목소리를 따를 때"라고 쇄신을 촉구했다.
또 다른 친한계인 김종혁 최고위원도 "대통령 지지도가 10%p가 떨어지고 반대가 70%를 넘는 이 끔찍한 현실을 언제까지 모른 체할 것이냐"며 대통령실의 대응 기조를 비판했다.
이어 "용산 대통령실은 왜 당이 민주당을 공격하고 대통령을 보호해 주지 않느냐고 서운해한다. 본말이 전도된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한 대표와 친한계가 대통령실의 사과와 김 여사 활동 중단 등을 촉구하는 데 대해 대통령실이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을 비판한 셈이다.
김 최고위원은 또 "현실을 회피하고 비겁한 변명만을 늘어놓다가 국민들로부터 버림받을 것인지 아니면 현실을 직시하고 용기를 내서 변화와 쇄신을 해내갈 것인지 이제는 선택해야 된다"며 "정권을 재창출할 것이냐. 아니면 반납할 것이냐"라고 대통령실을 강도 높게 몰아세웠다.
반면 친윤계인 김재원 최고위원은 "윤석열 정권이 탄생함으로써 우리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다시 재기할 수 있었고 이 나라의 보수정치의 정당성을 설파할 수 있게 되었다"며 "윤석열 정권은 우리 보수진영의 상징 자산이 됐다"고 추켜세웠다.
그러면서 "우리가 이 보수의 상징 자산인 윤석열 정권을 제대로 지켜내지 못하면 우리는 보수 진영의 단일대오를 이룰 수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론의 반응에 대응하며 사과해야 한다는 친한계 기조와는 확연히 대비되는 시각을 드러낸 것.
김민전 최고위원도 "똘똘 뭉쳐서 쇄신하고 국민을 설득하는 것이 임기 후반부의 길"이라며 윤 대통령 엄호에 가세했다.